“EU, 독자적으로 유엔보다 더 강력한 대북제재 실행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6일 13시 16분


코멘트
프랑수아 고드망 교수
프랑수아 고드망 교수

“북한의 핵무기 기술은 시리아 등 분쟁국가에 전수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뿐 아니라 미국, 유럽, 중동 등 글로벌 안보까지 위협하는 중대한 이슈입니다.”

유럽 외교분야 싱크탱크인 유럽외교관계이사회(ECFR)의 프랑수아 고드망(66) 아시아문제 연구실장은 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북핵 전략세미나에서 “유럽연합(EU)도 독자적으로 유엔 대북제재보다 더 강력한 제재조치를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 정치대학 교수인 고드망 실장은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아시아문제센터 초대 소장을 지낸 중국과 한반도 문제 전문가다. 고드망 실장은 한국과 미국, 중국 간에 첨예한 논란을 벌이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THAD)’ 체계 도입에 대해 “한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독자적 방어체계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도 이를 적극적으로 억제할 가능성이 별로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한미일 삼각동맹을 기초로 한 독자적 군사안보전략을 끝까지 지켜내야 합니다. 이는 한반도의 통일이 이뤄지는 경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고드망 실장은 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통과된 대북한 제재 결의 2270호에 대해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만들어진 어떤 제재보다 광범위하고 강력한 대북 압박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고드망 실장은 그러나 “중국이 북한에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중국의 한반도 전략은 ‘비핵화’가 아니라 ‘안정 유지’에 있기 때문에 중국은 북한체제를 뿌리채 뒤흔들 수 있는 강력한 제재까지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를 얻기 위해 중국에 상당한 예외를 허용했다”면서 “결국 중국의 역할이 제재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브뤼노 테르트레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연구원, 마티유 뒤샤텔 유럽외교관계이사회(ECFR) 아시아연구 부실장, 앙투안 봉다즈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 아시아 센터 연구원이 북핵 관련 국제사회의 전략에 대한 주제발표를 했다. 다음은 주요내용.

브루노 테르트레 영국 IISS 연구원
브루노 테르트레 영국 IISS 연구원

▽브루노 테르트레(영국 국제전략연구소 연구원)=북한은 파키스탄, 이란에 이어 약 20년 만에 핵실험을 했다. 북한은 이미 핵 능력을 갖춘 국가로 봐야한다. 올해 1월 핵실험은 폭발 규모 등 객관적 자료로 판단할 때 수소폭탄은 아니었다.

다만 북한이 수소폭탄을 실험했다고 발표하며 국제사회에 그렇게 인식되길 원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는 북한이 핵개발을 갓 시작한 단계가 아니라 수소폭탄이나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 핵폭탄 소형화 등 핵 관련 무기개발이 완성되지는 않았으나 상당한 진척을 보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다.

이러한 측면에서 10년 전과 달리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하는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금까지 북한이 핵개발을 외교적 협상카드로 사용한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었으나, 현 상황을 볼 때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은 북한 정권의 핵심 기조가 됐다. 특히 핵개발 프로그램이 김정일의 업적이었다면, 탄도미사일 개발은 김정은이 자기 업적으로 삼으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이 시리아의 핵개발을 지원한 정황이 2007년 일부 드러난 것처럼 북한이 핵 기술을 해외로 전수할 위험이 크다. 또한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한반도와 동아시아는 물론 미국, 유럽, 중동 등 국제사회에 심각한 안보위협이 되고 있다.

마티유 뒤샤텔 ECFR 아시아연구 부실장
마티유 뒤샤텔 ECFR 아시아연구 부실장

▽마티유 뒤샤텔(유럽외교관계이사회 아시아연구 부실장·전 스톡홀름평화연구소 연구원)=북한의 ‘4차 핵실험’은 국제사회가 그동안 제재를 통해 핵개발 포기를 이끌어내려 했던 ‘대북제재’의 실패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의 대북제재는 북한에 대한 ‘포괄적 제재’(한미일)와 핵무기 개발과 연계분야 및 관련 금융 분야를 직접 타겟으로 하는 제재(유엔 방식) 등 두 가지 방식으로 구성됐다.

2일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 2270호는 이 두 방식을 병용함으로써 ‘북한으로 유입되는 모든 형태의 수익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을 기조로 채택됐다. 따라서 제대로 실행된다면 과거 어떤 제재보다도 더 강력한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개발을 더 이상 단순한 외교협상의 도구가 아니라 국가전략의 기조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대북 제재를 통해 비핵화가 실현될 수 있을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제재 효과와 관련해 ‘결의안 2270’과 같은 강력 제재에도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김정은 정권이 경제제재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이 유엔 안보리 제재에 동참한 것을 계기로 중국 내 대북 정책이 상당 수준 변화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대북제재의 실효성은 중국 당국이 얼마나 입법적 틀을 통해 이를 정책적으로 집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통해 얻은 이익이 적지 않았던 만큼 개성공단의 폐쇄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과 함께 강력한 대북 압박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앙트완 봉다즈 프랑스 IFRI 아시아센터 연구원
앙트완 봉다즈 프랑스 IFRI 아시아센터 연구원

▽앙트완 봉다즈(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 아시아센터 연구원)=북한의 핵개발은 국가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김정은 정권의 체제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봐야한다. 김정은은 핵무기를 체제의 DNA(정체성)로 부각시켜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김정은은 스스로를 ‘핵무기의 수호자’이자 ‘인공위성과 탄도미사일의 아버지’로 자임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부터 이라크, 리비아까지 서방의 군사개입으로 절대권력이 붕괴되는 모습을 보고 김정은 정권은 체제를 보호해줄 유일한 수단은 핵무기라고 믿다. 북한의 재래식 무기가 점차 노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한반도에서 한미동맹과 북한간의 군사력 격차를 일거에 해소해줄 핵심전략인 셈이다. 이러한 동기에 집착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이 단기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버마 아웅산 테러, 민간항공기 격추사건을 비롯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지속적인 도발행위를 자행해왔고, 국제사회 제재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핵개발을 강행해 이제 핵무기를 보유하는 단계로 가고 있다.

국제사회는 북핵문제의 심각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더 이상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도록 압박해나가야 한다. 어떤 국가도 홀로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제사회가 일치된 협력을 통한 제재와 협상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