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소행성’ 충돌에 ‘석유공룡’ 운명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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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글로벌 석유메이저 멸종위기”
대부분 극심한 경영난에 허덕… 미래수익성도 갈수록 불투명
“저유가 영원할순 없다” 낙관론도

저유가라는 ‘소행성’을 맞은 ‘석유 공룡들’의 멸종 위기?

2년 전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가 넘던 국제유가가 30달러 아래로 곤두박질치면서 그동안 중생대 공룡들이 남기고 떠난 석유를 먹고 자란 거대 석유기업들이 멸종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 “장기화된 저유가 추세는 석유시장에 소행성이 떨어진 것과 같다. 날렵하고 규모가 작은 셰일 업체들은 살아남을 수 있지만 느릿하게 움직이는 거대 석유기업은 파멸에 이를 수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저유가가 지속되며 글로벌 석유회사들은 극심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엑손모빌은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58% 급감했고, 영국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91%나 감소했다. 미국 2위 석유회사 셰브론은 13년 만에 순손실 5억8800만 달러(약 7100억 원)를 기록했다.

미래도 밝지 않다. 막대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쏟아부어 대규모 유전 개발에 나섰던 메이저 석유회사들의 사업모델은 이제 수익성이 불투명해졌다. 미국 투자금융회사인 모건스탠리는 세계적으로 투자를 기다리고 있는 230개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 가운데 9곳 정도만 ‘현실적인 후보지(realistic candidates)’로 평가했다. 세계 에너지 산업 전체로 보면 4000억 달러(약 483조2000억 원) 규모의 투자가 취소되거나 연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심스러운 낙관론도 없지는 않다. BP나 셸은 모두 연내에 유가가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밥 더들리 BP 최고경영자(CEO)는 “저유가는 상당 기간 지속되겠지만 영원히 그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3200명을 내보낸 셰브론은 올해 4000명을 추가로 자른다. 셸은 직원 1만 명을 내보낸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향후 2, 3년 동안 현재와 같은 저유가가 지속된다면 상당수 석유기업들이 사업을 아예 접거나 인수합병(M&A) 대상이 될 것이라고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전망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저유가#소행성#석유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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