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캠프, 아시아 기자 들어서자 “나가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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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2016 美 대선]
힐러리 캠프엔 초등생 자원봉사… 샌더스 사무실 젊은층 북적

“아쉬움을 남기지 말자(Leave no doubt).”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주도인 디모인 시내의 힐러리 클린턴 선거캠프. 조직 담당자 타리크 스미스 씨는 “2008년 아이오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충격의 역전패를 당한 사실을 잊지 말고 후회 없이 불사르자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칸막이가 쳐져 있는 사무실에서는 20여 명의 지지자가 전화로 투표를 독려하고 있었다. 구석에선 폴더형 휴대전화로 누군가와 통화하는 여자 초등학생이 눈에 띄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에밀리 양은 “나도 힐러리 같은 여성이 되고 싶다”며 “사람들에게 그가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소개하며 투표에 참여해 달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선거법은 미성년자도 선거 캠프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인근에 위치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캠프는 피자 냄새와 함께 젊은 열기로 가득 찼다. 130m²(약 42평) 남짓한 공간에는 20, 30대들이 “샌더스와 함께 혁명을∼”이라고 외치며 분위기를 띄웠다. 가장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곳은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사무실이었다.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는 손에 당원명부를 들고 투표를 독려했다. 벽에는 크루즈 후보를 응원하는 지지자의 손글씨 메모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자원봉사자 캘리 저노인 씨는 “크루즈만이 현실적인 정권 교체의 대안이란 걸 많은 당원들이 느끼고 있다”며 “트럼프 거품은 아이오와에서 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내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도널드 트럼프 캠프는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낯선 동양인 기자가 들어서자 캠프 부실장인 라이언 테일러 씨는 “언론과 대화할 시간이 없다”며 나가 달라고 했다. 사무실 내부 분위기 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꺼내자 “No Picture!(사진 찍지 마세요)”라며 막았다. 캠프 관계자는 “트럼프를 수행 중인 대변인 호프 힉스를 통해 정식 절차를 밟아야 취재가 가능하다”고 했다. 알 권리를 위해 캠프를 찾은 기자들은 문전박대를 당했다. 트럼프가 까칠한 여성 앵커가 진행한다는 이유로 폭스뉴스 주관 TV 토론에 불참한 것처럼 자신에게 비판적인 다른 언론들에도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비쳤다.

디모인=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트럼프#힐러리#미국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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