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네타냐후 총리 ‘이스라엘 정착촌’ 설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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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이스라엘, 국제사회 모독”
네타냐후 “유엔, 중립성 잃은지 오래”

“(타국의) 점령에 (폭력으로) 대응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테러를 조장하는 말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인 요르단 강 서안에 이스라엘이 정착촌을 확장하는 것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고 AP통신이 26일 보도했다. 반 총장은 정착촌 건설 반대 입장을 여러 번 밝혔지만 이번처럼 수위가 높은 비난은 이례적이다.

반 사무총장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중동 관련 토론에서 “이스라엘이 정착촌을 건설하는 것은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모욕감을 안겨주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 총장은 “반세기 동안 (팔레스타인인들이 살던 토지를) 점령하고 평화회담을 중단한 것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깊은 좌절감을 심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즉각 성명을 내고 “유엔은 중립성과 도덕성을 잃은 지 오래됐다”며 “상황을 전혀 개선하지 못하는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반 총장은 2006년 취임 후 팔레스타인을 옹호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 이스라엘의 거센 반발을 샀다. 2012년 11월 팔레스타인의 유엔 ‘비회원 국가’ 지위를 인정하는 결의안 통과를 이끈 게 대표적이다. 2013년 2월에는 “국제법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영토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정착촌 건설은 불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1967년 무력으로 서안을 점령한 이후 서안과 동예루살렘에는 이스라엘 사람 55만 명이 살고 있다.

올 12월 퇴임하는 반 총장이 임기 안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관련해 변화를 이끌어 내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 총장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방문한 뒤 “유엔 안보리가 해야 할 일을 너무나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장에 대해 국제사회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이스라엘의 우방인 미국도 반대하고, 유럽연합(EU)은 18일 정착촌 건설 반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반(反)유대주의 감정도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27일 유엔이 정한 홀로코스트(독일 나치 정권의 유대인 대학살) 희생자 추모일을 앞두고 2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인구 10명 중 4명이 유대주의에 반감을 갖고 있었다. 독일 나치 정권이 이스라엘에 했던 대학살을 이제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상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에서 지난해 발생한 반유대주의 범죄는 전년보다 60% 증가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1분기(1∼3월)에 발생한 반유대주의 범죄가 전년 동기 대비 84% 늘었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교육 및 디아스포라 장관은 “유대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유럽의 무슬림 이민자들보다 유럽에서 나고 자란 무슬림에게서 더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홀로코스트가 끝난 지 약 70년이 지났지만 유대인에 대한 억압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고 일간 예루살렘포스트가 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반기문#유엔#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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