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G2 첫발’… “국제통화 35년만의 변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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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기축통화로… 中의 금융굴기
달러중심 국제통화질서에 도전… AIIB 계기로 유럽 지지 이끌어내
中 환율통제 완화-금융개방 과제… “SDR 편입후엔 인위적 조정 어려워”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기반통화) 편입은 달러 주도의 국제금융 체제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자 중국식 자본주의 체제의 변화를 예고하기에 금융시장은 물론이고 실물경제에도 후폭풍이 몰아칠 수 있다. 경제위기에 빠진 선진국뿐만 아니라 인접 국가인 한국과 일본이 위안화의 동태를 면밀하게 추적하고 있는 이유다.

○ 개발도상국 화폐가 처음으로 기반통화 대열에

IMF는 1969년 16개 통화로 SDR 바스켓을 구성한 뒤 1980년에는 미국 달러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독일 마르크화, 프랑스 프랑화 등 5개로 줄였다. 이어 2000년 유로화 도입 이후에는 마르크화와 프랑화 대신에 유로화를 SDR에 편입시켰다. 기반통화가 4개로 줄어든 셈이다.

선진국들은 이번 위안화의 SDR 편입에 대해 “IMF의 대변혁”이라며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기반통화가 하나 더 늘었을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이었던 중국의 위안화가 달러화나 유로화와 같은 대열에 섰기 때문이다.

중국은 5년 전인 2010년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뒤부터 ‘금융 약소국’이라는 굴욕을 벗어나기 위해 분투했다. 5년마다 진행되는 SDR 편입 심사에서 올해도 탈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흥행에서 보여준 저력으로 유럽과 개도국의 지지를 얻어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약 1년 전 한국에 원화와 위안화의 직거래 시장이 설립된 것도 중국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다.

○ 기축통화의 책임

위안화의 SDR 편입에는 책임도 뒤따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위안화의 SDR 편입으로 중국은 환율 통제 완화와 금융 개방에 대한 약속을 지켜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중국 런민은행은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나 유럽은행 등이 요구하는 투명성과 개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WSJ는 강조했다. 상하이(上海)의 한 전문가는 “런민은행으로서는 문화적 변혁을 겪는 것과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의 SDR 정식 편입은 내년 9월 30일에 이뤄진다. 그 이후에는 갑작스럽게 위안화를 평가 절하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중국 전문가들은 당장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12개월간 위안화 가치가 3∼5%가량 절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신뢰 붕괴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지금처럼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위안화의 SDR 편입은 정치적인 결정”이라며 “중국이 로비 활동을 벌인 결과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위안화를 SDR로 인정하지 않으면 SDR의 국제적 정당성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JP모건은 위안화의 SDR 편입 이후 앞으로 5년간 해외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등이 중국 채권 시장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위안화 자산 시장이 커지면 한국 증시 자금이 중국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또 앞으로 기축통화인 위안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한국이나 일본 등 주변국의 대중(對中)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도 위협 요인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위안화#국제통화#기축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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