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쿠데타로 집권한 現정권 겨냥 정치테러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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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서 폭탄 터져 100여명 사상



“꽈광!”

어둠이 밀려오던 17일 오후 7시. 굉음과 함께 태국 방콕 도심에서 폭탄이 터져 퇴근길에 오른 태국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인명 피해가 커졌다.

태국 경찰은 폭탄 테러로 인한 사망자가 12명이라고 잠정 발표했지만 로이터 등은 현지 언론들을 인용해 사망자가 최소 27명이고 부상자는 8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폭탄은 랏차쁘라송 교차로에 인접한 유명 관광지인 에라완 사원 바로 앞에서 터졌다. 이 사원 앞마당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겼으며 현장에는 불에 탄 오토바이와 시신들이 흩어져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사고 지점은 방콕의 상업지역이자 주요 관광지 중 하나로 매일 수천 명의 신도와 관광객이 방문하며 인근에 5성급 호텔과 여러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 있다. 센트럴 월드 플라자와 게이소른 센터 같은 대형 쇼핑몰과 인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랜드 하이엇 호텔, 인터콘티넨털 호텔과도 가까워 외국인 관광객들이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날 밤 트위터를 통해 태국 여행을 변경하거나 취소할 것을 긴급 권고했다.


폭탄이 터진 곳은 태국 반정부와 친정부 시위대들이 각자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격렬한 시위를 벌여온 장소로도 유명하다. 현지 경찰은 “이번 폭발은 TNT 폭탄에 의한 테러”라고 밝혔다. 경찰은 폭발 현장에서 터지지 않은 폭탄 2발을 수거해 뇌관을 제거했다.

태국은 2000년대 초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정권이 등장한 이후 친(親)탁신 진영과 반(反)탁신 진영으로 나뉘어 극심한 갈등을 빚으면서 그동안 정치 시위 및 폭력 사태가 자주 발생했다. 방콕에서는 올 2월에도 최대 번화가인 사얌 광장 전철역 근처에서 소규모 사제 폭발물 2개가 폭발해 2명이 다쳤다. 당시에도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군부가 계엄령을 유지하기 위해 꾸민 자작극’이라는 설이 급속히 퍼지는 등 정정 불안이 이어져 왔다.

이런 정정 불안과 함께 태국 남부 지역에서는 자치 독립을 요구하는 이슬람 반군의 테러도 종종 발생했다. 하지만 방콕 한복판에서 폭탄 공격을 할 만큼 세력이 강하지는 않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이번 사건은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를 겨냥한 정치 테러일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쁘라윳 총리는 지난해 5월 쿠데타를 일으켜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 잉락 친나왓 전 총리 정부를 무너뜨리고 집권했다. 쿠데타 직전 선포됐던 계엄령은 올해 4월 초 해제됐지만 자신이 의장인 최고 군정기관인 국가평화질서회의(NCPO)와 계엄령 또는 그 이상의 강력한 특별 조치인 임시헌법 44조를 통해 권한을 강화했다.

쿠데타 이후 정국이 상대적 안정을 찾긴 했으나 군정에 대한 불만은 잠복해 있는 상태다. 쁘라윳 총리는 올해 10월에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했다가 내년 초, 내년 9월, 2017년 등으로 계속 연기를 시사해 민정 이양 절차를 지연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현재 헌법 개정도 시도하고 있다. 다음 달 국가개혁위원회(NRC) 표결을 통해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총리를 임명하고, 군부가 포함된 위기관리위원회 구성 등의 조항을 담은 헌법 개정을 하려고 시도하는 중이었다.

해외 도피 중인 탁신 전 총리가 16일 유튜브 영상을 통해 “군부가 마련한 헌법 개정안은 사상 최악”이라며 “대부분의 국민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탁신 전 총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푸어타이당은 위기관리위원회에 군 지도자를 포함시키는 것은 쿠데타를 용인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2013년 말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계속된 반정부 시위와 쿠데타로 타격을 받은 경제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태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0.7% 증가에 그쳐 반세기 만에 최대 홍수가 발생했던 2011년 이후 최악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군정은 올해 4.5%의 경제성장을 목표로 내세웠으나 2분기 경제성장률이 2.8%에 그치는 등 수출 감소와 제조업 경기 하락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수출은 2013년 ―0.2% 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0.3%에 그쳐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쁘라윳 총리는 17일 위안화 평가 절하와 관광산업 부진으로 인한 내수경제 악화, 수출 감소 등 여러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각을 단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정부 시위와 정국 불안으로 외국인 관광객도 감소했다. 태국을 찾은 관광객은 2013년 2650만여 명으로 최대를 기록했다가 지난해에는 2470만여 명으로 줄었다. 태국에서 관광산업은 전체 경제에서 1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올 들어서도 가계는 소비에 소극적이고, 기업은 생산과 투자를 줄이고 있다. 정치 불안으로 주춤해진 투자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태국은 쿠데타로 군부가 집권하자 국제사회로부터 외면당해 외교적 고립도 계속되고 있다.

허진석 jameshuh@donga.com·김정안 기자
#쿠데타#폭탄테러#정치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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