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의 성조기, 54년前 美해병이 다시 올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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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마지막 하기식 해병 3인, 14일 美대사관 재개관식 참석
케리는 美국무 70년만의 쿠바行

미국과 쿠바의 국교 단절로 1961년 아바나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성조기를 내렸던 제임스 트레이시, 마이크 이스트, 래리 모리스(왼쪽부터) 등 당시 해병 3명이 54년 만에 다시 성조기를 게양하기 위해 14일 아바나를 찾는다. 출처 뉴욕타임스
미국과 쿠바의 국교 단절로 1961년 아바나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성조기를 내렸던 제임스 트레이시, 마이크 이스트, 래리 모리스(왼쪽부터) 등 당시 해병 3명이 54년 만에 다시 성조기를 게양하기 위해 14일 아바나를 찾는다. 출처 뉴욕타임스
미국과 쿠바가 국교를 단절한 직후인 1961년 1월 4일 정오 아바나 주재 미국대사관 소개 명령을 받은 미 해병대원 3명은 기밀문서를 파쇄한 뒤 건물 앞에 게양된 성조기를 내리는 마지막 의식을 치렀다. 이들의 절제되고 경건한 의식을 지켜보던 쿠바인들도 성조기에 예의를 표했다.

제임스 트레이시, 마이크 이스트, 래리 모리스 등 당시 성조기를 내렸던 해병 3명은 14일 존 케리 국무장관과 19명의 고위 당국자로 구성된 미국 대표단과 함께 전용기 편으로 아바나를 다시 찾는다. 54년 전 내렸던 성조기를 다시 올리는 인생의 마지막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국교정상화 합의를 선언한 양국은 지난달 20일 대사급 외교관계를 재개하고 워싱턴과 아바나의 이익대표부를 대사관으로 승격시켰다. 당일 워싱턴 쿠바대사관에 쿠바 국기가 나부낀 데 이어 14일 아바나에 다시 성조기를 올리는 것은 양국 관계 개선이 완결되는 상징적인 행사로 평가된다.

케리 장관은 이날 오전 아바나로 가 브루노 로드리게스 외교장관 등 쿠바 정부 고위 대표단이 동석한 가운데 대사관 재개관식과 성조기 게양식을 연다. 미 국무장관이 쿠바를 방문한 것은 1945년 에드워드 스테티니어스 장관에 이어 70년 만이다.

케리 장관은 행사를 마친 뒤 로드리게스 장관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연다. 피델, 라울 카스트로 형제를 만날 계획은 없다고 미 국무부는 밝혔다. 이어 오후에는 대사관에서 미국에서 함께 간 쿠바 난민과 기업인, 쿠바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리셉션을 연 뒤 워싱턴으로 돌아온다.

케리 장관은 쿠바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대사관 재개관식과 성조기 게양식에 쿠바 반체제 인사들은 초청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국교정상화를 통해 쿠바에 인권 개선과 민주주의 증진을 요구하겠다는 미국의 당초 계획이 변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12일 회견에서 “대사관 재개관식과 성조기 게양식은 기본적으로 양국 정부 간 행사이고 장소가 협소해 많은 사람을 부르지 못한 것이며 쿠바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변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오후에 열리는 대사관 리셉션에 반체제 인사들이 포함될 것”이라며 “다만 어떤 인사가 몇 명이나 참석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도 12일 마이애미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쿠바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최고 의제 가운데 하나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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