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TPP 각료회의 성과없이 끝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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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신약특허-車부품 3대 쟁점 10월 총선 앞둔 加 거부로 타결 못해
아베 “어 안됐어?” 당혹감 표시

미국 하와이 마우이 섬에서 나흘 동안 진행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12개국 각료회의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의미 있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끝났다. 캐나다의 낙농제품 관세 인하, 생물의약품(신약특허) 자료보호기간, 자동차 부품의 원산지 인정 범위 등 3대 쟁점에 대한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10월 총선을 앞둔 캐나다가 주력 산업인 낙농업 관세 인하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이 협상 결렬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 캐나다 낙농제품 시장 진출을 노렸던 뉴질랜드 등은 최대 296%에 이르는 높은 수입관세 인하를 요구했지만 총선 표밭을 의식한 캐나다 정부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당초 최대 난제로 불렸던 일본의 ‘5대 민감 품목(쌀 유제품 설탕 밀 쇠고기)’ 개방 문제가 미일 양자 협의로 대부분 해결된 상태여서 이번 회담에서 적어도 ‘원칙적 합의’ 정도는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참가국들은 다음 협상 일정도 잡지 못한 채 헤어졌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올해 안에 의회 승인을 마치고 협정에 서명하겠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계획이 성사되려면 이달 말까지는 협상이 타결되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협상이 지연되면서 미국이 내년 대선 정국으로 넘어갈 경우 협정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시간이 갈수록 미국 내 노조와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은 유감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1일 아침 무산 소식을 전화로 보고받고 가장 먼저 “어, 안 됐나?”라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합의가 늦춰져 조약 비준이 내년 정기국회로 넘어가면 7월 참의원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TPP 창립 회원국 지위를 놓친 한국은 대응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정부 관계자들은 “TPP 최종 합의 결과를 본 뒤 가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미국의 대일 관세 인하 등으로 인한 수출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온 국내 자동차, 기계, 전기·전자업종 등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는 분위기다.

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 / 도쿄=배극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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