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의 한국 블로그]몽골의 독립과 나담 축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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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
매년 7월 11일부터 3일간 진행되는 몽골의 나담 축제는 2010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전통 축제다. 나담 축제는 유목 생활이나 군사훈련과 관계가 깊은 말타기, 활쏘기, 씨름의 세 가지 경기로 구성된다. 나담은 놀이, 경기라는 뜻으로 몽골에서 수백 년간 이어져 왔다. 옛날엔 부족들 간에 불화가 생기면 “나담 한번 할까?”라는 메시지를 보내곤 했단다. 답이 “그러자”면 두 부족이 나담을 같이 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고 만약 “아니다”라고 하면 거의 전쟁이 일어났다고 한다. 7월이 되면 이 축제를 보러 전 세계에서 약 6만5000명의 여행객이 몽골을 찾는다. 특히 개막식이나 폐막식 때는 선수들과 관람객, 여행객들이 몰려 장관을 이루기도 한다.

나담 축제가 7월 11일로 정해진 것은 1368년 원나라 멸망 이후 북쪽 몽골 초원에서 명맥을 잇던 북원(北元)이 1696년 청나라 강희제에 의해 중국에 복속된 이후 1921년 7월 11일 225년 만에 독립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독립 이후 공산화 과정에서 몽골은 시련을 겪어야 했다. 중국에서 독립한 뒤 소련의 영향으로 공산 위성국 중 하나가 되었다. 사회주의식 정권은 소련의 지시를 따르는 사람들로 채워졌고 부유층과 사원의 재산은 몰수됐으며 모든 재산이 국유화됐다. 사회주의 도입 후 1929년부터 3년간 처형된 몽골 남성은 당시 전체 성인 남성의 15%인 3만 명에 달했다. 당시 성인 남자 인구의 30%를 차지하던 승려들도 해산, 유배, 처형을 당했고 승려 외에 부유한 유목민, 지식인, 관리 그리고 죄 없는 많은 민간인들도 부르주아와 과거의 악폐로 몰려 처형당했다. 나라는 점차 본격적인 사회주의 국가로 변해 갔으며 경제 부문도 쉽지 않았다. 한국의 16배에 이르는 국토에 200만 명 정도가 흩어져 민간 목축업에 종사하고 있었고 이 민간 목축업이 몽골 국내총생산(GDP)의 90%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몽골의 경제, 특히 공업 생산은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에 대부분 의존해야 했다.

1980년대 후반 소련과 동유럽의 개혁·개방 정책이 실시되자 이들 국가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몽골 경제는 파탄 국면으로 치달았다. 물자 부족이 발생했고 국민총생산의 80%가 사라져 버렸다.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 몰리고 시민들의 불만이 가중되자, 자본주의 체제가 불가피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커지는 불만과 민주화 요구에 1991년 몽골 정부는 드디어 공산주의를 접고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체제로 빠른 속도로 전환해 오늘날과 같은 민주국가에 이른다.

사회주의 체제 아래에서 오래 살아 온 몽골인들에게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란 개념은 낯설었고 적응하기도 어려웠다. 그때는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는 사람을 보면 ‘이윤을 남길 나쁜 마음을 가졌다’고 하면서 ‘판즈칭’이라고 낮춰 부르곤 했다. 그 전에는 자유에 약간의 제한은 있었지만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도 어쨌든 직장이 있었다. 그러나 이젠 직장도 각자의 능력에 맞게 찾아야 하고 모든 것을 내가 번 돈으로 사야 했다. 경쟁이 생겨났고 이에 따른 패배자도 생겼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임금을 현실화하는 움직임도 일어났지만, 이를 적용하는 시점에 간극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불공정과 불균형이 필연적으로 따라왔다. 생전 처음 보는 새로운 제도와 삶의 방식으로 고통을 겪어야 했던 몽골인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몽골 인구의 절반 이상이 30세 이하이다. 요즘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가 보면 세 가지가 많다. 홀짝수제를 도입했는데도 여전히 차가 많고, 대학이 많고 그리고 젊은이가 많다. 올해 1월 300만 명에 도달한 몽골 인구 중 30% 이상이 사는 작은 도시 울란바토르에 차가 많다는 것은 ‘공기가 좋지 않다’는 뜻이지만 밝은 몽골의 미래를 의미하는 것 같다고 여기는 많은 젊은이가 흐뭇한 마음으로 이곳에 온다. 1990년대 초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처음 경험한 지 거의 한 세대가 지난 지금, 몽골인들은 자본주의 공부를 마치고 날로 발전하는 세계 경제 질서 속에서 의미 있는 구성원이 될 준비를 마친 듯싶다.

외국에 거주하는 몽골인이 12만 명이다. 그중 20% 이상이 한국에 거주한다. 한국은 일제강점기 35년, 이후 6·25전쟁 등 파란만장한 역사를 거쳤음에도 온 국민이 단결하고 노력한 끝에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섰다. 한국과 몽골은 1990년 수교를 맺어 올해 25주년이 된다. 한국은 몽골이 민주화된 후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존재해 온 국가다. 몽골의 사회와 경제 그리고 정치가 더욱 발전할수록 양국 관계가 더욱 발전하고 성숙해 갈 수 있길 바란다.

※이라 씨(38)는 몽골 출신으로 2003년부터 한국에서 살고 있다. 2010년부터 4년간 새누리당 경기도의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다문화여성연합 대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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