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방대법관 “사형제, 수정헌법 위배… 폐지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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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극물 집행 합헌’ 판결서 주장 “사형수 무죄 석방-억울한 집행 많아”

미국 연방대법관이 사형제 폐지를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유엔 등에서 사형제 폐지를 요구하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대법관 두명이 이에 동조하는 주장을 펴면서 관련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은 6월 29일 오하이오 주 당국이 사형 집행 과정에서 수술용 마취제인 ‘미다졸람’을 계속 사용해야 하는지를 판결하는 과정에서 사형제 자체가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현재 재임 중인 미국 연방대법관 중에서 사형제 폐지를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은 이날 독극물 주입 방식의 사형 집행 때 미다졸람의 약효가 떨어져서 사형수가 고통을 겪는다는 사형수들의 주장은 일축했다.

브레이어 대법관은 이날 심리 과정에서 “최근 수십 년간 100명 이상의 사형수들이 무죄로 석방됐고 일부 무고한 사람들은 억울하게 사형에 처해졌다”며 “사형제도 자체가 헌법에 합치되는지에 대한 논쟁을 시작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부분의 주가 사형 집행을 포기하고 있으며 지난해 7개 주만 사형을 집행했다”며 “나는 사형제도가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처벌을 금지한 수정 헌법 8조에 위배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브레이어 대법관은 또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사형수로 30년 동안 복역하다가 지난해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난 헨리 리 매컬럼의 사례를 들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도 사형제 폐지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연방대법원은 1972년 사형제를 일시적으로 폐지했다가 1976년 부활시켰다. 현재 32개 주만이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18개 주는 자발적으로 사형 집행을 포기하고 있다. 관련 당국에 따르면 미국의 사형 집행은 2009년 52차례에 달했지만 계속 줄어 지난해 35차례만 실시됐다. 올해는 6월 말 현재 17차례 집행됐다. 사형제 폐지를 주장한 역대 연방대법관은 윌리엄 브레넌(1956∼1990년 재임)과 더굿 마셜(1967∼1991년 재임)이다. 브레이어 대법관의 전임자인 해리 블랙먼(1970∼1994년 재임)도 사형제 폐지를 주장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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