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단어는 안쓰되 강제성 알릴 문구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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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日 세계유산 강제징용 반영 방안’ 합의

구체적인 문안 23일 3차협의서 조율
홈피-안내판 등 기재 놓고 막판 협상


한일 양국이 일본 근대산업 유적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해 유적 안내문에 ‘강제’라는 표현은 쓰지 않되 ‘강제성’이 충분히 드러날 수 있는 문구를 넣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정부는 지난주 “국교 50주년(22일) 기념식이 끝난 이후 이달 28일부터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문화유산위원회에서 양국이 유산 등재를 놓고 표결까지 해 가며 얼굴을 붉히는 최악의 사태만은 피해야 한다”며 견해차를 좁혔다.

당초 일본 정부는 조선인 강제징용 사실을 안내문에 반영하기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유산 등록 후보지 상당수가 기업 소유물인 데다 현재 강제징용 소송에 연루돼 있다 보니 법적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예를 들어 논란이 되고 있는 나가사키(長崎) 현의 미쓰비시 나가사키조선소는 미쓰비시중공업이, 후쿠오카(福岡) 현 기타큐슈(北九州)의 야하타(八幡)제철소는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이 각각 소유하고 있는데, 두 회사 모두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21일 열린 외교장관 회담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강제’라는 단어에 매달리는 대신에 누가 보더라도 인정할 수 있도록 강제성을 충분히 표현하는 문구를 넣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구체적인 문구는 23일 도쿄(東京)에서 열린 3차 협의에서 양국 협상단이 조율했으며 조만간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은 합의된 문구를 홈페이지, 안내 자료, 안내판 등에 넣는 방안을 두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절충점을 찾은 데 대해 “정말 잘된 일”이라며 “관계 개선의 움직임을 살려 일한 정상회담에 연결해 양국의 관계를 개선·발전시켜 가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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