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학생들 역차별… 美 소수인종 배려의 역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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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인종쿼터 말도 안돼”
아시아계, 아이비리그선 14∼18%… 능력위주 선발 칼텍 42.5%와 대조

‘하버드대 등 미국 인기 명문대들은 1970년대부터 입학 사정(査定)에서 소수인종 배려를 해오고 있다. 그 때문에 성적이 월등히 뛰어난 아시아계 학생들이 차별받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4일 이같이 보도하고 “20세기에는 하버드대 입학생 중 유대인이 상대적으로 너무 많아서 그에 대한 제한(쿼터)을 두곤 했는데 21세기 들어선 우수한 아시아계 학생들이 그런 처지가 됐다”가 덧붙였다. 이 때문에 “‘하버드대가 오히려 인종적 차별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소송도 끊이지 않는다”며 이를 주도하는 비영리단체 ‘공정한 입학을 바라는 학생들의 모임(Students for Fair Admissions·SFA)’ 활동을 소개했다. 이 모임은 아시아계 학생과 학부모 2만여 명을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뉴스위크는 “학생들을 인종적 그룹으로 분류해 평가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학문적 능력만으로 신입생을 뽑는 대학에선 아시아계 학생들이 전혀 다른 대우를 받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서부의 매사추세츠공대(MIT)’라고 불리는 캘리포니아공대는 인종 쿼터 없이 객관적인 성적 등으로만 입학 사정을 하는데 아시아계 미국인 비중이 2000년 24.9%에서 2013년 42.5%로 17.6%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하버드대의 아시아계 미국인 입학생 비중은 0.9%포인트 증가(2000년 17.1%→2013년 18.0%)에 그쳤다. 뉴스위크는 “하버드대 등의 소수인종 배려 정책이 우수한 아시아계 학생들의 부당한 희생을 통해 유지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SFA의 소송 자료에 따르면 이른바 아이비리그(미 동부 8대 명문대)가 하버드대와 비슷한 소수인종 배려 정책을 펴 아시아계 미국인 입학생 비중이 수십 년째 14∼18%에 머물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예일대 16%, 프린스턴대 17%, 컬럼비아대 18%, 브라운대와 다트머스대 14% 등이다.

뉴스위크는 “이 명문대들은 ‘우수한 한국계 중국계 일본계 인도계 학생이 이미 너무 많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들이 들어가야 할 자리가 (학업 능력이 아닌) 인종적 배려로 채워지면서 학교 수준이 떨어지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버드대 졸업생들 사이에서도 “왜 우리(하버드대)는 (학업 능력만으로 신입생을 뽑는) 캘리포니아공대처럼 못 하느냐”는 질의와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과학기술 관련 신생 기업의 약 42%(2006∼2012년 기준)를 아시아계 기업인이 창업했다. 미국 사회와 경제에 대한 아시아계의 기여도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역차별#소수인종#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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