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열되는 美中日 패권 다툼, 北 위협만 걱정할 때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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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의 최대 현안은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 군도(난사 군도) 문제다. 아시아 6개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분쟁 지역에 중국이 인공 섬 7개를 건설하자 미국이 주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양국은 군사적 대치도 피하지 않으려는 태세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패권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일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족쇄가 풀린 일본도 미국 편에서 대중(對中) 봉쇄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우리의 시선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고정되어 있는 사이에 주변 강대국들이 동아시아 패권 다툼에 뛰어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70년간 미국이 주도해 온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판을 흔드는 것은 군사적 야심을 감추지 않는 중국의 굴기(굴起)다. 26일 발표한 국방백서에서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복귀, 일본의 재무장, 한반도의 불안정 등을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이에 맞서 ‘중육경해(重陸輕海·육지를 중시하고 바다를 경시함)’의 전통적 사고에서 벗어나 주권과 국익을 수호하겠다는 것이 국방백서의 핵심이다. 국방 전략을 방어 위주에서 ‘적극적 방어’로 수정해 제한적인 범위의 선제공격을 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해군과 공군의 작전 범위가 크게 확대됨은 물론이다.

미국이 수수방관할 리 없다. 지난달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과 양국 군대 1만 명이 참가한 사상 최대 규모의 해상훈련을 실시한 데 이어 7월 초 호주에서 양국 군대 3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을 벌인다. 이 훈련에는 일본 자위대가 최초로 참가한다. 일본은 여건이 허락하면 중국이나 북한을 상대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움직임이다.

남중국해는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바다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구상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중 해상 실크로드가 이곳을 지난다. 우리가 수입하는 원유와 교역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이 우발적으로라도 충돌할 경우 한국은 경제와 외교안보 측면에서 큰 타격을 입는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한미동맹 강화로 대처하는 것에만 급급해서는 격랑의 시대에 국익을 지킬 수 없다. 한반도를 넘어 아태 지역 전체로 전략적 안목을 넓혀야 한다. 전체 판세를 놓치는 경우 강대국 틈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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