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항공사-당국, 조종사 자살 비행 인정 않고 숨기기 급급”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9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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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발생한 저먼윙스 여객기 자살 비행 사고는 항공업계에서 쉬쉬하던 조종사의 ‘자살 비행’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항공사와 규제 당국은 조종사들의 정신건강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자살 비행을 숨기기에 급급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자로 보도했다. NYT는 “조종사의 자살 비행에 대해 업계와 당국은 인정하지도 않고, 언급하는 것도 꺼려왔다”고 18일 전했다.

실제로 저먼윙스 사고기의 부조종사 안드레아스 루비츠는 병가 이후 훈련 복귀를 신청하면서 회사에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회사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루비츠가 이미 며칠 전부터 자살방법에 대해 알아보고 여객기 조종실 보안규정도 꼼꼼하게 살펴보는 등 자살을 사전에 계획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먼윙스 모회사인 루프트한자의 카르스텐 슈포어 최고경영자(CEO)는 사고 후 “그는 비행에 100% 적합한 상태였다”고 말했던 것은 항공사가 얼마나 조종사의 건강 상태에 대해 무지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항공사가 조종사들의 정신 건강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이어졌지만 항공사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신문은 꼬집었다. 2012년만 해도 민간항공기구가 젊은 조종사들의 심리 문제를 점검할 시스템이 없다고 지적했던 것이다. 안드레 드루그 유럽항공심리학회 회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항공사 측은 조종사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조종사들이 스스로 엄격하게 자신을 통제하라고만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업계와 당국은 조종사에 대한 관리 부실이 여러 차례 사고로 이어졌지만 감추는 데에 급급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1997년 104명이 사망한 인도네시아 실크에어 여객기 추락사고의 경우 미국 조사관들은 조종사의 직책 강등과 가족 간 문제를 들어 자살로 결론 내렸지만 인도네시아 조사당국은 자살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 대표적이다. 1999년 대서양에 추락해 217명의 사망자를 낸 이집트 항공 사고에서도 부조종사가 “나를 신에게 맡긴다”며 고의 추락한 정황이 발견됐지만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이집트 정부의 압력으로 ‘자살’ 비행으로 결론 내리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2012년에도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던 제트블루 항공 여객기 조종사도 종교와 9·11테러 등에 관해 횡설수설하다 고의로 항로를 이탈하다 승객들에게 진압돼 참사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조종사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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