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턱밑 파고든 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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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진 중남미 주도권 경쟁
中, 니카라과 운하 개발 공들여… 시진핑, 남미횡단철도 건설 제안
美 ‘쿠바 껴안기’등 견제 나서

중남미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두고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은 독재나 인권 문제 등을 가리지 않고 남미 국가의 반미 성향을 파고들며 ‘미국의 뒷마당’ 중남미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일 파나마에서 열린 미주기구(OAS)에서 “미국이 자유롭게 남미에 개입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불개입을 선언하고 쿠바까지 껴안기에 나선 것은 중국을 견제할 절박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턱밑까지 파고든 차이나 머니의 파워’

중국은 1월 초 베이징(北京)에서 장관급 회담인 ‘중국-중남미국가공동체(CELAC) 포럼’(회원국 33개국)을 열며 세를 과시했다. 2025년까지 교역 규모를 약 2배인 5000억 달러로 늘리겠다는 당근도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착공해 2019년 완공 계획인 니카라과 운하는 ‘홍콩니카라과운하개발(HKND)’이 주도하고 있다. 이는 중국 통신장비제조업체인 신웨이(信威)공사를 경영하는 사업가 왕징(王靖)이 홍콩에 세운 회사다. 사실상 배후는 중국 정부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니카라과 운하가 완공되면 미국 영향력 아래에 있는 파나마 운하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미국은 입찰의 투명성 등을 제기하며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지난해 7월 남미 지역을 순방하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만나 ‘남미횡단대륙철도’ 건설을 제안했으며 호세프 대통령은 “페루와 함께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브라질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창립 회원국으로 참가하고,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주도의 ‘신개발은행(NDB)’ 설립에 참여하기도 했다.

중남미 국가에 대한 미국의 교역 규모는 약 8500억 달러(2013년)로 아직은 중국의 약 2600억 달러(2014년)보다 많지만 중국이 빠른 속도로 추격해 오고 있다.

○ 미국의 힘겨운 텃밭 지키기

오바마 대통령은 9일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열린 카리브공동체(CARICOM) 회의에 참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에 직접 나선 것은 ‘반미 주도국’ 베네수엘라에 기운 CARICOM을 끌어안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국 대통령이 자메이카를 방문한 것은 1982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후 33년 만의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11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만나 덕담을 주고받았다. 이 만남으로 지난해 7월 시 주석이 피델 카스트로의 자택을 직접 찾아가 “양국 관계는 영원할 것”이라면서 ‘반미 우의’를 다지던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멕시코는 지난해 11월 중국철도총공사와 체결한 수도 멕시코시티와 인근 케레타로를 잇는 37억5000만 달러(약 4조 원) 규모의 고속철 계약을 4일 만에 전격 취소했다. 이 역시 계약의 투명성을 문제 삼은 미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첫 정상회담 상대로 1월 초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을 만났다. 오바마 정부는 400여만 명의 멕시코인을 겨냥해 지난해 불법 이민자 추방을 유예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기도 했다.

미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좌파 정권이 많은 남미에서 수성(守城)이 쉽지 않다. 미국이 올 3월 베네수엘라 고위 관리 7명에 대해 미국 내 자산과 은행계좌 동결 조치를 내리자 베네수엘라가 미국 외교관을 추방하는 등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남미#미국#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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