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국영기업 사장…싱가포르 좌지우지하는 리콴유 후손들, 평가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3일 16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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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은 총리, 차남은 국영기업 사장, 큰며느리는 국부펀드 최고경영자(CEO)….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타계로 싱가포르를 좌지우지하는 그의 가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리 전 총리는 부인 콰걱추 여사(2010년 작고)와의 사이에서 2남 1녀를 뒀다. 이들은 현재 요직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장남 리센룽 현 총리(63)는 2004년 8월부터 11년째 총리로 재직하고 있다. 7세 때 아버지가 총리에 등극하는 모습을 본 그는 어렸을 때부터 엄격한 후계자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칼리지에서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행정학을 전공했다.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러시아어 등 여러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해 국제 감각도 뛰어나다는 평이다.

유학을 마치고 군에 입대한 리 총리는 1984년 아버지가 창당한 국민행동당(PAP)에 입당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국회의원 경제담당 부총리 중앙은행 총재 재무장관 총리 등 초고속 출세 가도를 달렸다. 행정가로서 그의 능력이 본격 발휘된 시점은 1990년대 초. 1990~1992년 부총리로 재직할 때 외국계 은행에 대한 문호 개방을 주도해 금융 산업 발전을 앞당겨 1998년 아시아 전체를 휩쓴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1990년대 후반 중앙은행 총재로 재직할 때에도 인사제도 개편 등을 통해 관료주의, 보신주의에 물든 싱가포르 중앙은행의 개혁을 주도했다.

그의 능력을 높이 산 리콴유 전 총리 후임자 고촉통 전 총리가 부친인 리 전 총리보다 더 적극적으로 “아들을 차기 총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추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 총리의 개인사는 곡절이 많다. 의사인 첫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 1남 1녀를 뒀지만 부인이 아들 출산 후 3주 만에 심장질환으로 사망했고 이때 태어난 아들(33)은 백색증(알비노)을 앓고 있다. 리 총리 본인도 1990년대 초 림프암으로 투병했다.

1985년 미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금융인 호칭(62)과 재혼한 그는 호칭과의 사이에 두 아들을 뒀다. 호칭은 남편이 총리에 오른 2004년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홀딩스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1974년 설립된 테마섹은 자산규모만 약 195조 원에 달하는 세계적 국부펀드로 우수한 운용실적을 자랑해 세계 각국 국부펀드의 모델로 군림하고 있다. 2005년 한국도 테마섹을 본 따 한국투자공사(KIC)를 설립했다.

지난해 미 금융전문지 포브스는 호칭을 ‘세계 59위의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뽑았다. 지난해 5월 테마섹 임원들과 내한한 그는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도 만났다. 차남 리센양(58)은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을 운영하는 공기업인 싱가포르 민간항공국(CAAS)의 이사회 의장이기도 하다. 그 역시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엘리트다. 그는 1995년부터 2007년까지 싱가포르 최대 통신회사인 싱가포르텔레콤의 CEO를 지냈고, 2009년 CAAS로 적을 옮겼다.

리 전 총리 가문의 성공에 대해 싱가포르 안에서조차 ‘국가를 가족기업처럼 운영한다’는 비판과 ‘후손들이 나름의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는 평가도 엇갈린다.

하정민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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