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미사일 든 北, 빗장 연 쿠바와는 다르다” 美의 선긋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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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北테러국 재지정 검토” 안팎
쿠바 끌어안되 北압박은 강화… 남은 임기 對北정책 불변 시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1일 영화 ‘인터뷰’의 제작사 소니픽처스를 해킹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남은 재임 기간 2년여 동안 ‘전략적 인내’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는 17일 특별성명을 통해 북한의 사회주의 우방국인 쿠바와 국교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과는 대비된다. 쿠바는 끌어안고 북한은 더 압박하겠다는 구도다.

북한과 쿠바는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의 각종 경제 제재를 받고 있어 미 국무부가 지정하는 테러지원국에 포함된다고 해서 당장 경제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국제사회 평판에 직결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현재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는 나라는 시리아(1979년 이후), 쿠바(1982년), 이란(1984년), 수단(1993년) 등 4개국이다. 북한은 대한항공(KAL)기 폭파사건 다음 해인 1988년 이름이 올랐다가 20년 만인 2008년 10월에 빠졌다.

미 국무부가 테러지원국 명단을 작성한 것은 1979년부터다. 그해 제정된 수출관리법 6항을 바탕으로 무기수출통제법 40항과 외국원조법 620항을 적용해 테러 활동과 관련된 국가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이다.

미 국무부가 밝힌 테러지원국 지정 요건은 △테러조직에 대한 기획·훈련·수송·물질 지원 △직·간접적 금융 지원 △테러조직의 활동을 물질적 으로 지원하는 다른 형태의 협력 등이다. 국무장관은 개별 국가가 이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검토해 지정할지를 결정한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무역 투자 원조 등에서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받는다.

이번 해킹사건이 현실 세계에서 물리적 테러 행위를 상정해 만든 요건에 부합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지만 미 대통령과 국무장관의 정치적 결단이 테러지원국 지정에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화당 내에서는 더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애리조나)은 21일 CNN의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 출연해 북한의 해킹 행위를 “새로운 형태의 전쟁 행위”라고 규정했다. 존 볼턴 전 유엔대사도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단순히 ‘눈에는 눈’ 식으로는 안 되고 비례적이지 않은 (강력)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요 2개국(G2)이자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도 북한을 간접 비난하고 나서는 등 국제적인 지지도 커지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1일 케리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중국은 모든 형태의 인터넷 공격과 인터넷 테러 행위를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왕 부장이 북한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미국이 이번 해킹사건 수사와 관련해 중국에 협조를 요청한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해킹 배후로 지목된 북한을 우회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오바마#테러#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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