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2년 앞두고… 결단 기회 엿보는 힐러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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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전후 존재감 부각 예상… 4년前 朴대통령과 상황 비슷

‘힐러리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주저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사진). 요즘 한미 양국 정가에서는 2016년 대선을 2년여 남기고 결단의 계기를 모색하고 있는 클린턴 전 장관을 지켜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두 사람의 대선 2년 전 행보가 절묘하게 닮았다는 것이다.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달 회고록 ‘힘든 선택들’을 출간하며 대권 행보를 본격화했다. 하지만 클린턴 전 장관이 한 번 강연에 20만 달러를 받았다는 ‘억대 강연료’ 논란이 불거져 지지율이 떨어지고 회고록 판매도 급감했다. 대세론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려던 당초 계획이 어긋나면서 승부수를 고민 중이다. 박 대통령도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다.

박 대통령은 대선을 2년여 남겨둔 2010년 초까지 정치적 잠복기에 들어갔다가 그해 여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 부결을 주도하며 반전의 계기를 잡았다. 박 대통령은 처음으로 국회 본회의 토론에까지 참여하며 대선 주자로서 존재감을 부각시켰고, 세종시 수정안 부결 뒤에는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이 사실상 ‘박근혜당’으로 바뀌었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 전 22.7%(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까지 떨어졌던 박 대통령(당시 국회의원) 지지율은 부결 뒤 29.9%로 올랐다.

클린턴 전 장관도 대선을 2년 앞둔 11월 중간선거 전후로 대선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게 미 정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현재 추세로는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직후 레임덕에 빠지고 민주당은 클린턴 전 장관을 조기에 내세워 ‘힐러리당’으로 바뀔 것이라는 게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 등이 예상하는 시나리오다.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율 추이도 박 대통령과 닮아있다. 박 대통령처럼 대선 주자 중 부동의 1위이지만 추이는 지금 하락세다. 미 퀴니피액대가 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율은 58%였다. 1월의 65%보다 7%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서로 환경은 조금 다르다. 공직 경험이 없던 박 대통령과 달리 클린턴은 국무장관이라는 요직을 거쳤다. 또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조력자이자 정치적 그늘도 갖고 있다. 대선을 거치면서 서로 과정과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대선#힐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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