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국’ 날개 다는 日 방위산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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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만에 무기수출 족쇄 풀어… 항공부품 기술 등 이미 세계정상급
車매출 20분의 1인 防産수출 문넓혀… 中-日경쟁에 한국 입지약화 우려

1967년 채택된 일본의 ‘무기수출 금지’ 족쇄가 47년 만에 풀린 것은 방위산업을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삼으면서 동시에 중국을 견제하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계획과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통해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일본 방위산업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아시아 패권을 놓고 다투는 중국과의 군비 경쟁이 격화되면서 동아시아의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우려된다.

○ 세계 최고 수준의 일본 방위산업

일본은 무기수출 3원칙의 예외 조치로 1983년 미국에 F2 전투기 날개 기술을 전수했다. 이 기술은 탄소섬유수지로 날개를 한 판에 찍어내 전투기가 마하 속도로 회전해도 견디도록 하는, 당시로서는 혁신적 기술이었다.

2004년에는 미국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동 개발에 나섰다. 당시 일본이 담당한 부분은 ‘노즈콘(nose cone)’으로 불리는 미사일 머리 부분. 미사일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2000∼7000도의 열을 견디는 첨단 세라믹 기술이다.

이처럼 일본의 방위산업은 기술 면에선 이미 세계 정상급으로 꼽힌다. 하지만 2011년 전체 매출이 2조 엔(약 20조4800억 원)으로 일본 자동차산업 매출액(약 40조 엔)의 20분의 1에 그쳤다. 아베 정권이 무기수출 3원칙을 폐지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2011년 말 F-35 스텔스기를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한 것은 무기수출 3원칙을 허물기 시작한 신호탄이었다. 3원칙 때문에 미국 영국 등 F-35를 공동 생산하는 9개국에 끼지 못하자 “비싼 가격에 사들이게 됐다”며 불만이 들끓었다. 결국 예외 조치를 통해 F-35 도입 사업에 일본 기업들이 부품 생산을 담당하는 형태로 참여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방위장비 수출과 공동개발 추진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호주 프랑스와 방위장비협력협정을 체결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 중일 군비경쟁 속 한국 입지 우려

일본의 무기수출 허용은 올해까지 4년 연속 방위비를 두 자릿수 비율로 증액해온 중국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이는 성격도 짙다. 필리핀 베트남 인도 등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국가들에 군사 지원을 강화해 중국의 팽창을 견제한다는 포석이다.

문제는 이런 일본의 움직임이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추진하는 미국과의 동맹 속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새 원칙과 관련해 투명성을 강조하는 데 그친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중국과 일본을 축으로 한 동아시아 군비 무한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틈바구니에 낀 한국만 어려운 상황에 몰릴 수 있다”며 “주변 정세를 종합적으로 꿰뚫어보는 외교전략 수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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