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北核 불용”… 6자회담엔 날선 대립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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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시진핑, 헤이그 정상회담

24일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중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주요 2개국(G2) 지도자 간의 만남답게 다양한 이슈에서 날선 공방을 벌였다. 양국 정상이 이번 핵안보정상회의 하이라이트인 주요 7개국(G7) 정상 회동 전에 일찌감치 만난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만큼 미중 관계가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AP 등 외신은 전했다.

핵심 의제인 북한 핵문제에서 양국 정상은 북핵 불용 원칙에 합의했지만 6자회담 재개 방식에선 현격한 차이를 드러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6자회담을 포함한 어떤 협상이나 대화도 북한이 취하는 행동에 근거해야 하며 북한이 아직 진지하게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는 의도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반면 시 주석은 6자회담을 가능한 한 빨리 재개해야 하며 협상 재개가 북핵 문제 해결의 유일하고 올바른 방법이라고 밝혔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중단,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 등 사전조치를 북한이 받아들여야 회담이 성사된다는 기존 태도를 고수했다. 시 주석은 지나치게 북한을 압박하기보다 경제 지원 등을 통한 ‘달래기’ 방식으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자세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미 국가안보국(NSA) 도청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시 주석은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華爲)를 해킹했다는 최근 언론 보도를 거론했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국제 언론매체가 미국이 중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 대해 도청, 감시, 기밀절취 행위를 했다고 여러 차례 보도했으며 중국은 미국에 여러 번 항의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상업적 이익을 위한 어떤 도청에도 개입하지 않았고 기업과 어떤 정보도 공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로즈 부보좌관은 설명했다.

중국의 영유권 분쟁 문제를 두고 시 주석은 “미국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문제에서 당연히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일 간 영토 갈등에서 미일 동맹 조약을 들어 일본을 지원할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 제재 공동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중국의 협조를 간접적으로 부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은 영토 독립을 중시하는 나라”라며 “러시아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영유권을 지지해 달라”고 시 주석을 설득했다. 이에 시 주석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지키는 ‘정치적 해결’만이 각 측에 유리하다는 자세를 분명히 했다고 중국신원왕(新聞網)은 전했다. ‘정치적 해결’을 강조한 것은 미국과 유럽이 취하는 제재 조치에 반대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정부가 뉴욕타임스, 블룸버그통신 등 중국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미국 언론사 기자들에게 비자를 발급하지 않는 것을 거론하며 중국의 언론자유 문제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양국 정상은 치열하게 대립했지만 중국을 방문 중인 오바마 대통령 부인 미셸 여사와 두 딸에 대한 덕담을 나누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두 딸로부터 ‘지금 신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하자 시 주석은 “미셸 여사가 안부 전해 달라고 하더라”라고 답해 배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워싱턴=정미경 mickey@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미중 정상회담#오바마#시진핑#6자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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