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쇼·크… 데뷔무대서 ‘금리인상 시사’ 폭탄발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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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 7년만에 완전히 종료… 한-일 등 亞 주요증시 일제 하락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내년 봄이나 중반경 현재 제로금리 수준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해 온 돈을 푸는 방식의 비상조치를 7년 만에 완전히 종료하는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과 아시아 증시 등 글로벌 금융시장은 1% 내외의 급락세를 보였다.

연준 창립 100년 만의 첫 여성 연준 의장으로 지난달 취임한 재닛 옐런(사진)은 19일(현지 시간)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주재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시기를 묻는 질문에 “양적완화 정책을 끝내고 6개월쯤 뒤”라고 ‘예상 밖’의 답변을 했다. 연준은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0∼0.25%로 내린 이후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다. 시장에서 기대하던 ‘선물’ 대신 ‘폭탄’을 던진 셈이다.

중앙은행 총재 입에서 금리 변동 시기와 관련한 숫자가 나오자 언론과 시장은 요동쳤다.

전문가들은 현 추세라면 올해 가을이나 늦어도 연말에 연준이 채권 매입을 완전히 중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예상 시점인 내년 하반기나 내년 연말보다 대폭 당겨져 이르면 내년 봄에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연준이 공개한 금리전망 보고서에서도 연준 위원 16명 가운데 10명(62%)이 내년 말 기준금리는 1% 이상일 것이라고 예상해 옐런 의장의 발언을 뒷받침했다.

옐런 의장은 발언 직후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 아래에 있다면 금리 인상은 보류될 수 있다. 양적완화 축소는 정해진 일정이 있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지만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IHS의 폴 에델스타인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초보자의 실수”라고 평했다. 중앙은행 총재가 해서는 안 될 금기사항으로 불리는 금리 변동 시기를 명시적으로 언급했기 때문이다. 옐런 의장이 19일 오후 스카프를 두르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미 워싱턴 연준 기자회견장에 등장할 때만 해도 아무도 이런 폭탄 발언을 예상하지 못했다.

관심사는 2단계 출구전략인 기준금리 인상 시기였다. 벤 버냉키 전 의장 시절 금리 인상 조건을 실업률 6.5%로 제시했는데 2월 실업률은 6.7%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옐런은 기준금리 인상의 기준으로 삼았던 실업률 6.5%를 폐지하는 대신 물가인상률, 실업률, 경제성장률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새로운 금리 인상 선제적 안내(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연준은 이날 예상대로 국채 및 주택담보증권대출(모기지) 증권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풀어온 양적완화 규모를 100억 달러(약 10조7500억 원) 줄였다. 지난해 12월 이후 세 번째 조치로서 매입 규모는 기존 850억 달러에서 550억 달러로 줄었다.

20일 뉴욕증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하락 출발했다. 전날에는 114.02포인트(0.70%) 떨어진 16,222.17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옐런 의장의 금리 인하 시사 발언과 중국 기업 부도 사태에 따른 금리 급등까지 겹치면서 전날보다 18.14포인트(0.94%) 하락한 1,919.54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5.7원 오른 달러당 1076.2원에 마감됐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전 거래일 대비 1.48% 떨어진 14,251.09엔에 마감했다. 중국과 태국, 말레이시아,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 이원주 기자
#미국#연방준비제도#옐런#금리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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