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방공식별구역 선포 30분 전에야 한국 정부에 통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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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방공구역에 이어도 포함 파장

중국이 최근 일방적으로 선포한 방공(防空)식별구역(ADIZ)에 이어도 상공이 포함되면서 한국 정부의 소극적 대응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어도가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에 이어 중국 방공식별구역에 들어갈 때까지 정부는 뭘 했느냐’는 지적이다.

통상 군의 영공 수호를 위한 군사작전은 방공식별구역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타국의 항공기가 방공식별구역 내로 진입하려면 해당국에 사전통보를 해야 한다. 또 미확인 항공기가 방공식별구역 외곽 10마일(약 18km)까지 접근하면 무선 경고방송을 하고, 5마일(약 9km)까지 접근하면 경고방송과 함께 공군 전투기들을 출격시켜 요격에 나선다. 사실상 ‘준(準)영공’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관할권을 가진 이어도는 60년이 넘도록 한국의 ‘준영공’에서 제외됐다. 1951년 미국 태평양 공군사령부가 이어도를 뺀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을 설정한 이후 한국 정부가 이를 방치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1969년 JADIZ에 이어도를 포함시켰다. 이후 한국 정부는 197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이어도를 포함한 KADIZ 조정을 놓고 일본과 여러 차례 협의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1979년과 1983년, 1990년대와 2008년 KADIZ 고시 직전에 이어도를 포함시키겠다고 일본 측에 요청했지만 일본은 “그럴 경우 독도를 JADIZ에 포함시키겠다”고 반발하면서 한국 정부의 요구를 거부했다.

중국이 현 방공식별구역 범위를 고집할 경우 한국의 모든 항공기는 이어도 상공에 진입할 때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에도 사전 통보해야 한다. 군 관계자는 “군용기가 초계작전을 위해 이어도를 드나들 때 일본에 사전통보하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데 중국에까지 같은 절차를 밟는 상황이 벌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아울러 평시엔 이런 사전통보 절차가 관행적으로 인정되지만 이어도에서 돌발사태 발생 시 일본이나 중국이 한국 군용기의 진입 절차에 협조를 하지 않거나 시간을 지연시킬 경우 문제가 발생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정부는 24일에 이어 25일에도 중국에 대한 강력 비난을 이어갔다.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외무성 사무차관은 청융화(程永華) 주일 중국대사를 불러 항의하면서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청 대사는 방공식별구역 설정이 “특정 국가에 대한 것이 아니고 비행의 자유에 영향을 끼치지도 않는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통상 외교사절이 주재국의 항의를 받을 경우 ‘본국에 전달하겠다’고 하는 것과는 대조되는 행동이다. ‘일본에 정면 대응하라’는 중국 정부의 지침에 따른 것으로 풀이돼 양국 대립의 긴장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예상하지 못한 사태를 부를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영공 침범 등이 발생할 경우 국제법, 자위대법에 따라 엄정하게 영공 침범 대응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은 ‘주변국 연대’ 발언으로 한국 정부와의 공동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기 30분 전에야 한국 정부에 관련 계획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25일 “중국 정부가 23일 동중국해 일대에 대한 방공식별구역 선포 계획을 사전에 한국 정부에 알리긴 했으나 통보 시간은 발표 약 30분 전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한국 측은 유관국이어서 대외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우호적인 측면에서 통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군 관계자는 “발표 30분 전에 알려주는 것은 그야말로 ‘일방 통보’에 불과하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조숭호 기자
#중국#방공식별구역#이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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