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남중국해 분쟁 참견말라” 리커창, 케리 면전서 직격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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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세안 회의서 공방전
케리 “관련국 행동강령 만들어 해결”… 인권문제 등 서방기준 놓고도 설전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은 오늘도 내일도 계속될 것이다.”(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아시아의 문제는 아시아 당사국들끼리 해결하자.”(리커창·李克强·중국 총리)

9, 10일 브루나이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케리 장관과 리 총리가 날선 공방전을 벌였다. 앞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존재감에 눌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케리 장관은 아세안 회의에서는 작심한 듯 중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리 총리는 중국과 아세안 간의 협력을 강조하며 ‘미국은 참견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케리 장관은 ‘미국-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방정부 폐쇄 사태로 참석하지 못한 점을 사과하며 “아세안과의 파트너십은 오바마 행정부의 최고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세안 국가들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인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 “아세안이 ‘행동강령(COC)’ 협상을 통해 평화롭게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행동강령은 모든 아시아 국가들에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세안은 남중국해 충돌을 막기 위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행동강령 제정을 중국 측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갈등 당사국 간 양자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달 행동강령 협상을 위해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 등 관련국들이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처음 만났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이 끝났다.

리 총리는 “남중국해 갈등은 직접 관련이 있는 당사국 간에 협상과 논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미국에 ‘나서지 말라’는 경계 메시지를 보냈다.

또 인권 등 문제에서 중국에 서방 기준을 적용할지가 쟁점이 됐다. 리 총리는 케리 장관과 가진 75분간의 별도 회동에서 “중국은 아직 발전한 국가가 아니므로 서방과 같은 기준을 중국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양국 간 핵심 현안인 인권과 경제 협력 등에서 중국에 서방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자 케리 장관은 “그 같은 비교는 정확하지 않다”고 곧바로 반박하며 “중국의 발달 수준은 리 총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높으며 모두가 세계에 대해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아세안 회의에서 경제 협력을 집중 강조하며 영유권 갈등은 잠깐 언급하는 데 그쳤다. 그는 “올해는 중국-아세안이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은 지 10주년”이라며 “‘황금의 10년’이 흘렀다면 앞으로는 향후 ‘다이아몬드 10년’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2가지 분야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인문, 과학기술 등 7개 영역에서는 합작을 추구하자는 ‘2+7 합작 패러다임’을 자세히 설명했다. 공감대는 △합작 추진의 근본 이유는 상호 전략적 신뢰를 심화하기 위한 것 △경제 발전에 집중해 상호 이익과 공영을 확대하는 것이 합작의 핵심이라는 점이다.

워싱턴=정미경·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ickey@donga.com
#존 케리#리커창#남중국해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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