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 야유 받고, 무차별 감청 시인… 美 NSA 수난의 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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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말 못 믿어.” “헌법을 읽어라.”

개인정보 비밀수집 논란의 중심에 있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수장이 컴퓨터 보안 관련 회의에서 정보수집의 정당성을 옹호하다가 청중으로부터 야유를 받는 수모를 당했다.

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사진)은 지난달 31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컴퓨터 보안·정보 연례 회의인 ‘블랙햇 콘퍼런스’에서 “정보수집 프로그램 ‘프리즘’ 덕분에 1993년 이후 50여 건의 테러 계획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고 정부의 철저한 감독 아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취지의 기조연설을 했다. 연설이 30분쯤 지난 뒤 행사장 한편에서 “자유”라는 외침이 들렸다. 알렉산더 국장이 “맞는 소리다”라고 받아넘기자 “헛소리하네” “의회에 거짓말을 한 당신 말을 어떻게 믿느냐” 등의 야유가 터져 나왔다. 한 청중이 “(개인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을 읽어 보라”고 소리치자 알렉산더 국장은 “나는 읽어 봤는데 당신도 읽어 보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이날 7000여 명의 청중 앞에서 알렉산더 국장은 쏟아지는 야유에 동요하거나 흥분하지 않고 비교적 차분하게 연설을 마쳤다. 행사에 모인 컴퓨터 보안 전문가와 해커들은 알렉산더 국장의 연설에 대해 “거짓말쟁이” “그의 말을 믿는다” 등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콘퍼런스 주최 측은 “이번 연설은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기밀폭로 전에 이미 결정된 것으로 알렉산더 국장은 (참석을) 취소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존 크리스 잉글리스 NSA 부국장은 의회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통신업체의 전화감청을 통한 개인정보 수집을 허용하는 비밀법원의 명령 내용과 정보수집 방식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분석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NSA는 특정 표적 인사와 통화를 한 상대방의 통화 기록까지 감시할 수 있는 ‘연쇄 분석’ 방식으로 정보수집 대상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 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잉글리스 부국장은 “연쇄 분석으로 방대한 민간인 통화 기록을 감시할 수 있지만 실제 이런 일은 흔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NSA 정보수집 실태를 최초로 폭로했던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날 추가 자료를 공개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가 주로 휴대전화, e메일 감청에 관한 것이었던 데 반해 이날 자료는 인터넷상에서도 광범위하게 개인정보 수집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가디언은 스노든으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NSA가 ‘엑스키스코어(XKeyscore)’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사용 기록을 수집해 왔다고 주장했다.

엑스키스코어 프로그램만 있으면 별다른 인증절차 없이 전 세계 인터넷 서버에 접속해 e메일과 인터넷 채팅, 인터넷 이용 기록 등을 열람할 수 있고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해 활용할 수 있다. 가디언은 “이 프로그램은 인터넷 첩보활동을 위한 가장 광범위한 감청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NSA#컴퓨터 보안#정보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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