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 석학 조지프 나이 ‘美권력의 새 시대’ WP 기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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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로마제국처럼 쇠퇴하지 않아
中, 경제대국 돼도 세계최강은 미국”

“연구개발과 고등교육, 기업 활동의 리더인 미국은 과거 로마 제국처럼 절대적인 쇠퇴기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쇠퇴’는 잘못된 은유다.”

당대 최고의 국제정치학자로 꼽히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조지프 나이 교수(사진)가 중국의 부상에 따른 미국 쇠퇴론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나이 교수는 ‘미국 권력의 새 시대’라는 제목의 지난달 30일자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다면적 권력과 리더십 유산을 가진 미국은 2030년에도 다른 강대국들과의 관계에서 ‘동등한 가운데 으뜸’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호들갑스러운 중국 부상론에 일침을 놓았다. 그는 “중국이 가장 큰 경제대국이 된 뒤에도 미국은 1인당 소득에서 중국을 앞설 것이고 에너지 자원 면에서도 중국보다 외부 경제 충격에 덜 취약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경제성장이 권력자원의 측면에서 중국을 미국과 더 가깝게 하겠지만 그것이 꼭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대국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이 가진 개방성과 혁신의 문화는 위계적 권력을 수평적 관계망이 보충해 가고 있는 정보시대에 미국이 중심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나이 교수는 “우리 지도자들이 현명한 전략을 추구한다면 미국은 네트워크와 동맹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미국이 직면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부채 문제나 ‘2류 교육’, 정치적 진퇴유곡 상황보다 위험한 것은 미국이 국제 테러리즘에 과민반응을 해 내부로 침잠하고 개방으로 얻었던 강점을 차단할 개연성이라고 나이 교수는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장기적으로 해결책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 등 여타 강대국을 포함해 국가는 물론이고 국제기구, 개인과 민간단체 등 다양한 행위자들의 권력이 부상하는 현실에서 미국의 유일 초강대국 지위는 약화될 것이라고 나이 교수는 지적했다. 미국 지도자들이 다양한 현안에서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다른 이들을 압도하는 힘’만큼이나 ‘다른 이들과의 권력 공유’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지도자들에게는 하드파워나 소프트파워의 측면에서 동맹을 유지하고 관계망을 창출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문제는 미국이 중국에 밀려나 쇠퇴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둘러싼) 나머지 주체들이 부상하는 것이다. 가장 큰 나라인 미국도 다른 이들의 도움이 없다면 원하는 것을 달성할 수 없는 시대가 온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조지프 나이#미국 쇠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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