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민주화 1주년… 축배 대신 피의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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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서 100만명 반정부 시위, 親무르시 세력과 부딪쳐 8명 사망
수도 카이로에 탱크 등 군병력 배치

‘아랍의 봄’ 물결을 타고 민주 선거로 집권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62)이 30일 취임 1주년을 맞았으나 이집트는 다시 갈등과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이날 반정부 시위대는 ‘아랍의 봄’ 성지로 불렸던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 무르시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주장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영국 BBC방송은 “이집트의 첫 민선대통령인 무르시의 취임 1주년에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타흐리르 광장을 중심으로 가두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타흐리르 광장은 호스니 무바라크의 30년 독재 정권을 몰아낸 이집트 민주 혁명의 상징적 장소다. 민주화 혁명의 결과 탄생한 첫 민주 정권이 출범 1년 만에 같은 광장에서 조기 퇴진의 주장에 맞닥뜨린 것이다.

야권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타미르루드’(아랍어로 ‘반란’을 의미)는 이날 전국에서 100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반정부 시위에 동참했다고 주장했다. 반정부 시위대는 이날 “2200만여 명의 시민이 무르시의 임기 만료 전 대통령선거 실시를 요구하는 청원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무르시 정권이 그들을 옹립해준 무슬림형제단의 권력 확대에 눈이 멀어 부패와 경기 침체, 정국 불안에 눈을 감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퇴진 압박에 맞서 무르시 대통령을 옹호하는 친정부 시위대는 카이로 동쪽 13km의 나스르시티에 모여 “대통령과 그의 정치적 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을 열렬히 지지한다”며 맞불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무르시는 역사적인 자유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며 불황과 종교적 갈등 문제는 현 정권으로부터 야기된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친정부 시위대는 “반정부 시위는 반(反)헌법적인 것으로, 미국과 시온주의자(유대 민족주의자)들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 알렉산드리아에서 친정부와 반정부 시위대 간 무력 충돌 과정에서 미국인 대학생 1명이 시위사진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다가 흉기에 가슴이 찔려 숨졌다. 미국 ABC방송은 28일 이후에만 전국적으로 시위 과정에서 8명이 숨지고 600여 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이집트 여행을 금지하고 최소한의 인력 외에는 대사관 직원도 모두 철수하도록 지시했다.

이집트에는 지금 크게 3가지 세력이 대립하고 있다. 반정부 성향의 세속주의 세력과 친정부 성향의 무슬림 세력 그리고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정권 당시 권력의 기반이었던 군부다. 이집트 군부는 시위대 간 충돌에 대비해 카이로 주변에 탱크와 병력을 배치했다.

허진석·손택균 기자 jameshuh@donga.com
#이집트#아랍#카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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