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여는 이슬람… 할랄산업이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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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력 갖춘 이슬람 인구 늘면서 식품-화장품 할랄산업 年20% 성장
터부시되던 性산업도 양성화

이슬람권 소비자들이 욕망에 눈뜨면서 ‘할랄’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다국적기업도 경쟁적으로 이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구매력을 갖춘 이슬람권 소비자의 기호 변화로 할랄 시장은 매년 20%씩 성장하는 추세”라며 “네슬레 P&G 맥도널드 등 다국적기업이 경쟁적으로 식품 화장품 등 할랄 산업에 진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 율법인 꾸란에 따라 의식주를 엄격히 통제받던 이슬람권 소비자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찾기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라고 이 잡지는 분석했다.

지금까지의 할랄 산업이 주로 식품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의약품 화장품 관광상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여성을 겨냥한 미용 산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동 코스메틱 협회에 따르면 2011년 두바이의 여성 1인당 화장품 소비는 매달 334달러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히잡을 쓰지만 외모에 관심이 높아져 할랄 화장품 매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을 포함해 세계 화장품 기업들이 할랄 인증을 받기 위해 줄을 잇고 있다. 이슬람권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려면 ‘할랄 인증’을 받아야 한다.

서비스 업계도 마찬가지다. 터키 중국 말레이시아 등은 최근 오일머니 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겨냥해 할랄 음식점과 숙박업소를 마련하고 있다. 유럽권 국가는 이슬람권을 겨냥해 남녀 수영장이 분리돼 있고 무알코올 음료를 제공하는 여행 상품도 내놓았다. 할랄 여행 시장은 2020년까지 200억 달러(약 22조6200억 원) 이상 성장할 것으로 AFP통신은 내다봤다.

몇 년 전 문을 열고 성 용품을 개발하는 네덜란드의 ‘엘 아시라’라는 벤처기업은 최근 이슬람 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사지 오일 등을 내놓아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매출은 10만 유로(약 1억4700만 원). 이 기업의 대표는 “이슬람권에서 최근 소비자들이 터부시되던 성 용품에 관심을 보이면서 관련 산업이 양지로 나오기 시작했다”며 “2030년까지 이슬람권 성 관련 산업이 35%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현재 할랄 제품 수출을 주도하는 국가는 태국 브라질 말레이시아 호주 등. 이 가운데 말레이시아는 할랄 제품 수출만으로 지난해 11억5700만 달러(약 1조3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네덜란드는 로테르담 항구에 전용 게이트를 설치하는 등 지원책도 내놓고 있다.

할랄 산업이 급부상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이슬람 인구가 늘어나면서 수요가 커졌기 때문. 또 기존 선진국들이 경기 침체를 겪었지만 중동은 오일머니를 쌓아 두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인터넷 등을 통해 이슬람 소비자가 새로운 욕구를 갖게 되면서 관련 산업이 날개를 달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가 욕망에 눈을 뜨고 있어 ‘할랄’(허락된 것)과 ‘하람’(금지된 것) 간 경계는 더 모호해질 것”이라며 “할랄 인증 기준과 표기 방법을 통일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 할랄(halal) ::

아랍어로 허락된 것이라는 뜻. 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을 총칭한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축된 고기, 콜라겐 등 동물성 성분을 배제한 화장품, 생물체의 무늬가 들어가지 않은 의류 등이 할랄 제품이다.

:: 하람(haram) ::

술과 마약류처럼 정신을 흐리게 하는 것. 돼지고기 개 고양이 등의 동물, 자연사했거나 잔인하게 도살된 짐승의 고기 등 무슬림에게 금지된 것을 말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이슬람#할랄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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