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컴퓨터가 그렇게 좋으면 학교 그만두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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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억만장자 된 텀블러 창업자… 교사 어머니 역발상 교육 성공 일조

텀블러의 창업자 데이비드 카프 씨(오른쪽)와 그에게 “학교를 그만두고 좋아하는 컴퓨터에 실컷 몰입하라”고 가르친 어머니 바버라 애커먼 씨. 사진 출처 캘훈스쿨 홈페이지
텀블러의 창업자 데이비드 카프 씨(오른쪽)와 그에게 “학교를 그만두고 좋아하는 컴퓨터에 실컷 몰입하라”고 가르친 어머니 바버라 애커먼 씨. 사진 출처 캘훈스쿨 홈페이지
야후가 11억 달러(약 1조2200억 원)에 인수한 텀블러의 창업자 데이비드 카프 씨(26)의 성공 이면에는 ‘역발상 교육’의 결단을 내린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중독으로 보일 정도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매달린 아들에게 학교를 그만두게 하고 컴퓨터를 맘껏 하도록 했다. 이는 자녀가 컴퓨터로 게임이나 웹 서핑에만 몰두하는지, 아니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관심이 있는지 등을 살피지 않고 어떻게든 컴퓨터와 자녀를 떼어 놓으려는 보통의 학부모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 야후의 인수로 20대에 억만장자의 반열에 오른 카프 씨의 어머니 바버라 애커먼 씨의 스토리를 전했다. 카프 씨는 손꼽히는 영재학교인 뉴욕브롱크스과학고를 중도에 그만뒀다. 학교 중퇴는 본인의 뜻이 아니라 교사로 일하고 있는 어머니가 권유한 것이었다.

카프 씨는 학교에 흥미를 붙이지 못하고 방과 후에는 늘 혼자 방 안에 틀어박혀 컴퓨터에 매달려 있었다. 이를 지켜본 어머니는 아들에게 “컴퓨터가 그렇게 좋으면 학교를 그만두라”고 권유했고 카프 씨는 15세에 고교를 중퇴했다. 어머니는 NYT에 “아들이 자신의 열정을 불사를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것은 다름 아닌 컴퓨터였으며 컴퓨터와 관련된 모든 것이었다”고 말했다. 보통의 부모라면 컴퓨터를 없애버리거나 ‘안 하면 선물을 사 주겠다’며 집 밖으로 나가도록 유도하겠지만 카프 씨의 어머니는 전혀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후 카프 씨는 홈 스쿨링으로 고교 과정을 마친 뒤 17세 때 일본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프로그래머의 길을 걷는다. 뉴욕에 돌아와서는 대학 입학 대신 벤처 창업을 준비하는 기업가 모임에 참여해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이어 사진과 글, 동영상을 쉽고 빠르게 인터넷에 올려 공유할 수 있는 ‘마이크로블로그 플랫폼’의 아이디어를 들고 벤처투자가들을 찾아다녔다. 텀블러에 투자한 스파크캐피털의 비잔 사벳 파트너는 “당시 20세였던 그는 스니커즈에 청바지 차림으로 찾아왔다. 그날 밤에 난 성공을 예감했다”고 밝혔다.

카프 씨는 어머니의 결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내성적이었던 나는 컴퓨터 코드에 묻혀 있을 때 가장 생산적이었으며 (무엇인가에) 몰두했다”고 NYT에 밝혔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텀블러#데이비드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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