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가 경제 키운다더니… 차베스의 실험은 실패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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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우고노믹스’ 효과 분석

“‘우고노믹스’는 불평등 개선이 경제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명제를 증명하는 데 실패했다. 보건·교육 수준을 종합한 유엔 인간개발지수를 높이는 데는 기여했다.”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불평등 개선에 초점을 맞춘 ‘우고노믹스’(그의 이름과 이코노믹스의 합성어)를 유산으로 남겼다. 우고노믹스에 대한 평가는 베네수엘라 대선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정치 세력 간에 첨예한 논란을 불러오는 이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최근 ‘불평등 개선이 경제성장의 동력이 될 것’이라는 명제가 베네수엘라에서는 실현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최근 경제학계에서는 불평등 개선이 경제성장을 이끈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베네수엘라 상황처럼 불평등 정도가 개인의 기본 생활수준을 위협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는 인식이다. 1999년에 집권한 차베스는 개인의 노력과 상관없이 수입의 평등을 추구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자국의 석유 판매 대금으로 빈곤층에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 등 다양한 불평등 개선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불평등 정도는 차베스가 집권한 지 8년째인 2006년까지 별다른 개선 없이 등락을 반복했다고 포린폴리시는 전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0에 가까울수록 평등)는 1998년 0.48, 2002년 0.49, 2005년 0.50, 2006년 0.45였다.

2006년부터 불평등 정도가 개선됐지만 이는 2004년 시작된 유가 상승 덕분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석유 판매 대금이 늘어나면서 빈곤층에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을 시행할 수 있었고, 민간 석유기업 국유화가 결과적으로 유가 상승 시기에 부자들이 경제적 이득을 더 취하지 못하게 막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불평등의 개선이 경제성장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고 포린폴리시는 분석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베네수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불평등이 개선된 2006년 이후가 아닌 2003년에 이미 반전 상승한 사실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보다 설득력 있는 근거를 찾기 위해 포린폴리시는 유가 상승에 따른 효과가 배제된 비석유 부문의 경제를 살폈다. 그 결과 불평등이 개선되기 전인 1999∼2005년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비석유 부문의 1인당 국민소득은 16%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오일산업에 근무하지 않거나 복지 프로그램의 대상이 아닌 국민에게는 암흑 같은 시기였음을 의미한다고 포린폴리시는 전했다.

2006∼2011년 비석유 부문의 1인당 국민소득은 차베스가 막 집권했을 때보다 11%포인트 늘었지만 이는 연간 0.9%가 증가하는 데 불과한 초라한 성적이었다. 페루는 베네수엘라의 6%에 해당하는 석유를 생산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추산에 따르면 1999∼2011년 1인당 소득은 60%나 증가했다. 에콰도르와 콜롬비아에서도 비석유 부문 경제는 훨씬 빠르게 증가했다.

포린폴리시는 경제성장을 방해한 주요 요인으로 국유화 위협으로 부유한 나라들을 적대시한 차베스의 태도를 꼽았다. 외국인 투자가 축소되면서 베네수엘라는 ‘세계에서 가장 회사를 운영하기 힘든 나라’가 된 것. 비슷한 시기에 주변국들은 관계 법령을 현대화하고 사업 환경을 개선해 외국인 투자 유치를 늘렸다.

그러나 포린폴리시는 “경제성장과 소득증대가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다”라며 “차베스는 유엔의 인간개발지수(교육 수준과 국민소득, 평균수명 등을 조사해 평가하는 지수) 부문에서 베네수엘라를 발전시켰다”고 평가했다. 페루는 2000∼2010년 소득이 빠르게 증가했지만 인간개발지수 측면에서는 베네수엘라에 뒤졌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차베스#우고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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