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진짜 승자는 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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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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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는 미국이 이겼지만 실익은 터키가 다 챙겼다.’

이라크전쟁 발발 10년(20일)을 앞두고 터키가 이라크전쟁 이후의 재건 시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큰 경제적 이득을 챙겼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 보도했다.

2003년 이라크전쟁 직전 미군은 사담 후세인 제거를 명분으로 터키 영토 사용을 요청했다. 터키는 이를 거부해 미국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의 결단으로 터키는 10년이 지난 지금 ‘경제적 승자’로 떠올랐다.

이라크 바그다드 거리의 쇼핑센터와 가구점 등에는 터키 상표가 붙은 물품이 넘쳐나고 있다. 또 이라크 북부와 터키 접경지역에는 매일 수백 대의 트럭이 늘어서 있다고 FT는 전했다. 특히 터키의 이라크 수출품 가운데 70%가량은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에서 판매되고 있다. 현재 쿠르드 지역에는 터키 기업 약 1000곳이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년간 터키의 대(對)이라크 수출은 매년 25%가량 증가해 2012년 108억 달러(약 11조8530억 원)에 달했다. 그 덕분에 이라크는 독일에 이어 터키의 두 번째 주요 수출국으로 떠올랐다.

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유전이 정상화되면서 이라크의 구매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다국적 금융서비스 회사인 BGC파트너스의 이스탄불 지사에서 일하는 오즈구르 알투그 이코노미스트는 “풍부한 석유 매장량 덕에 이라크는 점점 더 부유해질 것”이라며 “터키 제품에 대한 수요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연간 20억 달러를 넘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물량뿐만 아니라 터키 업체들의 이라크 건설 프로젝트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35억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이라크가 발주한 1, 2위 전력 관련 건설 프로젝트는 터키 업체인 칼리크 에너지가 모두 수주했다. 이 회사는 모술과 카발라 지역에 가스터빈 2기를 설치하기로 하고 이라크 정부로부터 8억 달러를 받았다.

터키와 쿠르드 자치정부 간의 경제적 교류 활성화를 바탕으로 양자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새로운 숙제도 떠오르고 있다. 수니파가 대부분인 터키가 역시 수니파로 구성된 쿠르드족과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시아파가 주류인 이라크 중앙정부를 무너뜨리려고 한다는 의혹의 시선이 제기되는 것.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터키에 대해 ‘적국’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다. 그러면서 이라크 중앙정부는 터키 기업들이 더이상 대형 사업을 수주하지 못하도록 보이지 않는 방해 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터키 정부는 쿠르드 지역 정부와 석유 및 가스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런 움직임은 터키의 에너지 부족분을 채워주면서 두 지역이 보다 긴밀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라크 정세가 안정되면 터키의 입지는 점점 더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이라크전#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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