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피의 보복에 7만명 희생… ‘제2 아프간’ 수렁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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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로 내전 2년

‘사망 7만 명, 해외 난민 100만 명, 국내 난민 100만 명, 경제적 피해 2200억 달러….’

시리아 사태가 발생한 지 15일로 꼭 2년. 그동안의 인적 물적 피해의 통계수치다. 하루에 100명 가까이 숨지고, 전체 인구 2250만 명 가운데 10%에 가까운 200여만 명이 고향을 떠나 떠돌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도 시리아 사태는 점차 세계 뉴스의 중심에서 멀어져 잊혀지고 있다. 더구나 내전이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종파적 양상을 보이고 있는 데다 이란과 터키, 이스라엘 등 주변국의 이해관계마저 얽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제2의 아프가니스탄이나 보스니아, 소말리아 꼴이 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시리아 사태는 2011년 3월 15일 남부도시 다라의 시위로 촉발됐다. 초등학생들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초상화를 훼손하자 비밀경찰이 이들을 체포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이 항의하면서 반정부 시위를 벌였고 정부군이 무차별 발포해 사태가 커졌다. 아사드 정권이 과잉 대응한 배경에는 당시 독재자들이 잇달아 무너진 ‘아랍의 봄’을 의식해 아예 싹을 자르자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반정부 시위는 하마 홈스 훌라 등 북부지역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는 43년간 계속된 부자(父子) 세습독재에 대한 반감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정권은 시리아 내 12%에 불과한 시아파의 분파(알라위파)이지만 정부기관이나 군, 보안기관의 요직을 장악해 다수파인 수니파(74%)를 탄압해 왔다.

반군의 저항에 대해 아사드 정권은 친정부 민병대 ‘샤비하’ 등을 동원해 무자비하게 학살을 자행했다. 2012년 5월 훌라 마을에서 어린이 49명 등 108명을 학살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남부 다라야에서 훼손된 시신 500여 구가 발견되기도 했다. 시리아 반군도 병사들을 참수하는 등 ‘피의 보복’을 했다.

2년간 계속된 내전으로 도시들이 폐허로 변하고, 주민들은 밀가루와 생필품, 석유가 부족해 굶주림과 추위에 떨어야 했다. 일부는 가족과 함께 고향을 버렸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최근 “터키 요르단 등으로 탈출해 난민으로 등록했거나 등록 신청한 사람이 100만 명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들 중 40만 명이 올해 탈출했다. 국내를 떠도는 난민만도 1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데도 내전이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아사드 정권이 지난주 북부의 라카 주(州)의 라카 시를 빼앗기고, 친정부 이슬람 성직자를 동원해 입대를 독려하는 등 강고하던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뉴욕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12일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시리아 정부의 장악력이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22만 명이던 시리아 군 병력 가운데 현재는 3분의 1 정도인 6만5000∼7만5000명만 실전에 배치했다고 워싱턴 소재 전쟁연구소의 시리아 전문가 조지프 홀리데이 씨는 추산했다.

하지만 아사드 정권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알라위파의 지원뿐 아니라 러시아의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시리아의 지중해 항구 타르투스에 해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지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시리아 제재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미국과 유럽은 ‘시리아 내전이 이웃으로 번지지 않는 선에서’ ‘생화학무기가 이슬람 과격단체에 넘어가지 않는 선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강대국들이 팔짱을 끼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멍들어 가고 있는 게 시리아의 요즘 현실이다.

한양대 이희수 교수(문화인류학)는 “시리아 전망에 어떤 해법도 없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미국 등은 내부 쿠데타 등으로 인한 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바라고 있으나 그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윤양섭 선임기자 lailai@donga.com
#시리아#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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