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최대 핵폐기물 저장소서 방사능 유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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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에 투하한 원폭 만든 곳… 177개 탱크중 한곳서 사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투하된 핵폭탄을 제조했던 미국 최대 핵폐기물 저장소인 워싱턴 주 핸퍼드 저장소에서 연간 568∼1136L(150∼300갤런)의 방사성 액체 폐기물이 유출되고 있다고 워싱턴 주지사가 16일 경고했다.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핸퍼드 저장소 내 177개 탱크 중 한 곳에서 방사성 액체가 새어나오고 있다”며 “다른 탱크의 상태도 우려되며 유독물질이 지표면과 지하수에 흘러들어 가지 않도록 정부가 빠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탱크의 노후화가 유출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169만2000L의 폐기물이 담겨 있는 문제의 탱크는 1940년대 지어진 것으로 일반적인 수명인 20년을 이미 넘어선 지 오래다.

인슬리 주지사는 “유출된 방사성 액체로 지하수와 인근 강이 오염되는 데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곧바로 인체에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탱크 인근 우물을 검사한 결과 방사능 수치가 높게 검출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날 발표는 미국 에너지부가 저장소의 탱크 한 곳에 담긴 액체의 양이 줄어들었다고 워싱턴 주 당국에 전날 통보한 데 따른 것이다.

핸퍼드 보호구역은 미 최대 핵폐기물 저장소로 핵무기 제조에 쓰인 플루토늄 생산을 위해 2차 세계대전 시절 극비리에 건설됐다. 1945년 미국의 첫 핵실험에 사용된 핵무기와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무기에 들어간 플루토늄도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냉전 종식 후 모든 생산활동이 중단됐으며 현재는 수백만 갤런의 방사성 액체 폐기물이 저장된 핵시설로 남아 있다.

문제가 발생한 탱크는 과거에도 방사성 물질이 유출된 적이 있어 1995년 탱크 내 모든 액체를 제거하는 안정화 작업을 거쳤다. 인슬리 주지사는 이번 유출 사례가 핸퍼드 저장소의 모든 탱크를 안정화한 2005년 이후 처음 보고된 것이라고 밝혔다. 핸퍼드 저장소를 완전히 청소하는 데 수십억 달러의 비용과 수십 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방사능 유출#핵폐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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