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연내 세계 첫 iPS 세포 임상연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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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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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의학, 차세대 성장동력” 日정부, 예상깨고 신속승인

일본 고베(神戶)의 한 병원에서 올해 안에 세계 최초로 유도만능줄기세포(체세포 역분화줄기세포·iPS)를 이용한 임상연구가 시작된다. 지난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토대 교수가 2006년 8월 세계 최초로 동물의 피부에서 iPS를 만든 지 6년 반 만이다. 재생의료 분야를 선점하기 위한 일본의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암 신경질환 등 난치성 질환 치료에 새 장이 열릴지 주목된다.

고베시립병원 첨단의료센터 윤리위원회는 13일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이화학연구소의 다카하시 마사요(古橋政代·여) 연구팀이 신청한 iPS를 사용한 재생의료 임상연구 계획을 승인했다. 첨단의료센터는 이화학연구소와 함께 공동으로 다음 달 후생노동성에 승인을 신청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iPS를 이용한 재생의학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10년간 1100억 엔(약 1조2760억 원)을 투자할 방침이어서 올해 안에 승인이 확실시되고 있다.

첨단의료센터는 시력장애를 초래하는 질병인 노인 황반변성(黃斑變性) 환자를 치료하는 데 iPS를 이용할 계획이다. 환자의 피부세포로 iPS를 만든 뒤 망막에 이식해 시력을 회복시키는 방식이다. 연구팀이 눈을 첫 임상시험 대상으로 삼은 것은 눈 세포나 조직은 암이 발생하기 어렵고, 종양이 생겨도 레이저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일본의 iPS 임상연구는 이례적으로 속도가 빠르다. 의학 분야에서 기초연구를 임상에 응용하기까지 10년은 걸린다는 게 통설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iPS 임상연구를 눈에서 시작해 혈액, 신경계통, 신장이나 폐 등 장기 순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 과학자들은 iPS의 첫 임상 승인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iPS 연구에 노벨상이 수여됐지만 임상까지 가는 길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6년 iPS 기술이 학계에 처음 소개됐을 때, 전문가들은 이 연구가 실제 임상까지 가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전망했다. 체세포를 iPS로 역분화시키기 위해 넣는 4개의 유전자 중 2개가 발암인자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 이들 유전자를 체세포에 넣을 때 바이러스를 전달물질로 사용하는데, 자칫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발현한다면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문제였다. 야마나카 교수도 iPS를 활용한 재생의료가 본격화하는 데 20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 속속 등장했다. 발암인자를 대체할 인자를 찾았으며, 바이러스 대신 단백질이나 나노입자를 전달물질로 사용하는 방법도 등장했다.

박세필 제주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이번에 임상 승인이 났다는 것은 iPS로 만든 장기를 실험동물에게 적용하는 단계에서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받았다고 볼 수 있다”며 “임상 연구가 성공적으로 밝혀지면 iPS를 다양한 질병 치료에 활용하는 연구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일환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치료 효과를 떠나 iPS로 만든 장기가 사람의 몸에서도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큰 목표일 것”이라며 “연구 결과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bae2150@donga.com
#고베#임상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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