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대형은행 규제 다시 팔 걷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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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마불사 척결’ 법규 보강… 英-獨 ‘투자-소매’ 분리 추진

대형 금융회사는 어떻게든 살아남는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이 대형 금융회사를 옥죌 규제법안 및 조치를 동시다발적으로 들고 나오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결국은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정책당국의 의지가 만만치 않다.

4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주요 언론은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이 영국 대형은행의 투자금융과 소매금융을 분리하고 4대 대형은행 독과점 체제를 허무는 내용의 은행 개혁법안을 금명간 의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즈번 장관은 이날 영국 남부 본머스에 위치한 미국 투자은행 JP모건 지점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은행권에 강도 높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강연에서 “2013년을 영국 ‘은행산업 개혁 원년’으로 삼겠다. 은행들이 바른 일을 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돕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고객 예금을 위험한 투자에 전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울타리(ring-fence)를 치는 미국 금융개혁법안인 ‘불커 룰’과 유사한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또 HSBC 바클레이스 RBS 로이드 등 4대 은행이 시장의 75% 이상을 장악한 은행 결제 시장도 개방해 신규 진입을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은행을 망치는 간부는 금융계에서 영구 퇴출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금융당국은 리보금리 조작에 연루된 RBS 간부를 이번 주에 처벌할 예정이다.

독일 금융당국도 영국처럼 12개 대형은행의 투자은행과 소매금융을 분리하는 조치를 담은 법안을 마련해 6일까지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제출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4일 독일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독일은 한 발 더 나아가 은행을 위태롭게 하는 영업을 지시하는 경영진에 최고 5년의 실형을 선고할 수 있게 하는 조치까지 담을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독일 정부 관계자는 “이 조치가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차일피일 미뤄진 은행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U 차원에서도 내년 1월 금융거래세를 도입하는 방안에 이어 은행 자본 확충을 요구하는 은행 규제법안이 미셸 바르니에 EU 집행위원을 중심으로 마련되고 있다.

미국은 금융개혁의 틀인 ‘도드-프랭크 법’으로 대마불사를 척결하는 것이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드-프랭크 법을 보강하거나 아예 새로운 법을 새로 만드는 움직임이 미 의회 일각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새로운 규제방안은 은행 규모를 제한하고 바젤위원회가 새로 마련한 은행자본 규정인 ‘바젤 Ⅲ’보다 강화된 자본 확충 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영국은행협회(BBA)는 4일 성명을 내고 “투자자가 혼란을 일으켜 은행의 자본 확충이 어렵게 되고 경제에 충격을 주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미 은행의 이익을 대변하는 워싱턴 소재 컨설팅회사 해밀턴 플레이스 스트래티지도 이날 낸 보고서에서 “미국 대형은행을 쪼개는 것이 결코 세계 금융 시스템의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은행#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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