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홀 데자뷔… 버냉키 QE3 물꼬 틀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FRB 31일 연례 심포지엄 개막

미국 중서부 와이오밍 주의 잭슨홀. 대표적 휴양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1978년부터 연례 심포지엄을 여는 이곳에 올해 더욱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2년여 전 이곳에서 벤 버냉키 FRB 의장은 6000억 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682조 원)를 푸는 2차 양적완화(QE2) 조치의 첫 힌트를 던졌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 회복이 지지부진하다. 따라서 31일 열리는 올해 잭슨홀 미팅에서 3차 양적완화(QE3)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 버냉키, ‘양치기 소년’ 면할까

올 들어 매번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고 상투적인 립서비스를 반복해 ‘양치기 소년’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버냉키 의장.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도 이를 반복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관측이 높았다. 하지만 22일 발표된 8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분위기를 급반전시켰다. 공개된 의사록에 따르면 많은 위원은 앞으로 나올 경제지표가 경제 회복이 지속 가능할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지 못하면 조만간 추가적인 통화완화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 하원 감사위원장이 3차 양적완화 조치의 부작용을 우려해 보낸 질의서에 대해서도 버냉키 의장은 “추가적인 통화정책의 여지가 남아 있으며 사전에 시장과 충분히 커뮤니케이션을 할 것이기 때문에 (부작용은) 문제가 없다”는 답변서를 지난 주말 보냈다.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보수적이고 비관적인 관점을 유지해 온 세계 최대 채권펀드의 최고투자책임자 빌 그로스마저 ‘3차 QE’ 가능성을 80%로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은 27일 3차 양적완화 조치가 나오면 종료 기한과 투입 금액을 정하지 않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까지 내놓았다.

11월 미국 대선에 미칠 여파를 감안하면 9월 FOMC가 열리는 12, 13일이 시기적으로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할 수 있는 연내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 그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준 총재도 28일 홍콩에서 한 연설을 통해 “미 연준은 3차 양적완화 조치를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밝혀 시장의 기대감을 높였다.

○ 관건은 경제지표

자료 : 외신보도 종합
자료 : 외신보도 종합
8월 FOMC에서 많은 위원이 추가 양적완화 조치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던 것은 미국 경제 성장의 30%가량을 차지하는 개인소비지출의 부진과 수년간 8%대를 벗어나지 못한 실업률 때문이었다. 5월 소비지출이 0.1% 감소한 데 이어 6월에도 보합 수준에 그쳤다. 소비지출이 두 달 연속 부진한 것은 2009년 3월 이후 3년 2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또 당시 유로존 위기가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위원들의 위기감이 높아진 여파도 컸다.

결국 잭슨홀 미팅 하루 전인 30일 나올 6월 개인소비지출과 9월 7일 발표 예정인 8월 실업률 통계를 보고 나서야 연준이 3차 양적완화를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경기지표를 보지 않는 이상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 뚜렷한 메시지를 던지기가 연준으로서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8일 이 같은 이유로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실망감을 줄이는 길”이라는 신중론을 제시했다.

이번 잭슨홀 미팅에는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과 국제기구 수장, 경제 석학들이 대거 참석한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해 유로존 위기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도 참석한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