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맞는 남자 없어”… 러-中 골드미스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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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골드미스’ 안나 샤파코바 씨(위)는 “내 기대치에 맞는 남성과 사랑을 찾는 걸 포기했다”며 화려한 싱글 여성의 삶을 택했다. 중국의 노처녀 ‘성뉘’는 국가 경제력과 교육 수준 향상이 낳은 사회현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진 출처 뉴스위크·포린폴리시
러시아 ‘골드미스’ 안나 샤파코바 씨(위)는 “내 기대치에 맞는 남성과 사랑을 찾는 걸 포기했다”며 화려한 싱글 여성의 삶을 택했다. 중국의 노처녀 ‘성뉘’는 국가 경제력과 교육 수준 향상이 낳은 사회현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진 출처 뉴스위크·포린폴리시
새하얀 피부에 오뚝한 콧날, 깊은 눈매의 소유자인 안나 샤파코바 씨는 전형적인 러시아 금발 미녀다.

모스크바의 고급 주택이 모여 있는 부촌 올드아르바트 거리에 사는 그녀는 라이카 아카데미의 예술감독이자 틈틈이 러시아 예술연구원에서 사진전을 열고 사진학교에서 강사를 겸임하는 실력파 사진가다.

화려한 외모만큼이나 출중한 실력, 탄탄한 직업과 재력까지 뭐 하나 빠질 게 없는 그녀는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골드미스’다. 아직까지 짝을 못 찾은 이유에 대한 샤파코바 씨의 설명은 간단하다. “내가 만나본 러시아 남성 중 신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요즘 러시아에는 샤파코바 씨처럼 골드미스로 살아가는 여성이 늘고 있다.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25∼50세 미혼여성은 3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같은 연령대 미혼 남성의 3배에 이른다.

골드미스 급증은 러시아만의 현상이 아니다. 최근 중국의 신문 칼럼, TV 시트콤, 리얼리티 짝짓기 프로그램 등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는 단연 ‘성뉘(剩女·잉여 여성)’다. 성뉘는 ‘섹시해지기에는 너무 늙은’ ‘만 25세를 넘겨 (결혼 시장에서) 남겨진’ 여자들을 뜻하지만 미모와 날씬한 몸매, 재력과 고학력 등을 모두 갖춰 여유롭다는 의미도 있다고 포린폴리시는 전했다. 한 관영언론은 연령에 따라 ‘노처녀 전사들(25∼27세)’ ‘승리자들(28∼30세)’ ‘성뉘의 장인(匠人·35세 이상)’ 등 3단계로 분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82년 5%였던 25∼29세 여성 중 미혼녀의 비율은 1995년에는 약 2배, 2008년에는 3배나 증가했다. 30세 이상 여성 중 미혼녀의 비율도 1995년 2%에 불과했으나 2008년에는 6%로 뛰었다.

옛 공산권의 양대 산맥인 중국과 러시아에 골드미스가 넘치는 배경을 들여다보면 비슷한 면이 있다. 1990년대 자본주의가 유입되면서 양국의 국가 경제력이 향상됐고 새로운 체제는 가부장적 사회도 바꿔놓았다. 변화는 자녀, 특히 딸에 대한 높은 교육열로 나타났다. 한 자녀 정책으로 외동딸만 둔 중국 부모들이 딸을 남자보다 더 똑똑하게 키우려 했고 그 결과 똑똑하고 자신감 넘치는 성뉘가 양산됐다. ‘현대 사회의 초혼 연령과 결혼 형태 변화’를 연구한 논문은 “배운 여자들은 자신보다 못한 남성을 원치 않는 반면 남성은 자신보다 우월한 여성을 원치 않기 때문에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남성에게 의지하지 않고 골드미스들이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려는 경향도 강하다. 성뉘를 타깃으로 ‘중화민국에서 노처녀로 당당히 살아가는 법’ ‘웰컴 투 노처녀 월드’ 등의 제목을 달고 기획기사를 게재하는 코스모폴리탄, 하퍼스바자 중국판 등 각종 패션지나 여성지가 불티나게 팔린다.

러시아에서도 ‘담배와 술을 지나치게 즐기고 거짓말을 자주 하며 욕설도 심한’ 러시아 남성들과 사느니 혼자 여유로운 삶을 구가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여자친구나 아내가 자신을 위해 청소나 빨래, 요리를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러시아 남성이 대다수인 데다 모델처럼 꾸미길 강요하거나 고소득 전문직 여성에게 열등감을 느껴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도 종종 있어 여성들의 원성이 자자하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러시아 여성 정치권에서는 골드미스들을 겨냥해 “모권제 사회가 도래했다! 우리 모두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여성들의 연대를 주창하기도 한다.

[채널A 영상]결혼중개업체 “상류층과 결혼” 미끼로 바가지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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