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유방임주의 산실 케이토硏, 설립자들 입김에 보수로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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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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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관여않던 코크 형제, 진보성향 CEO 퇴진시켜

‘리버테리언(자유방임주의)의 산실이 보수파에 넘어가나.’

미국 유명 싱크탱크인 케이토연구소와 공동 설립자인 찰스-데이비드 코크 형제가 25일 최고경영자(CEO) 교체, 이사회 설립 등에 합의했다.

케이토연구소는 1977년 코크 형제와 에드 크레인 현 CEO가 공동 설립했다. 코크 형제는 대선을 앞두고 ‘미국번영재단(AFP)’이라는 슈퍼정치행동위원회(슈퍼팩)를 조직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 타도’에 4억 달러의 돈을 쏟아 부을 정도로 열렬한 공화당 지지자이다. 그동안 코크 형제는 케이토연구소에 3000만 달러(약 348억 원)의 연구기금을 내놓았지만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경제 연구에 치중해 왔던 케이토연구소가 지난해부터 낙태, 동성결혼, 마약 등의 사회 문제에서 진보적 주장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코크 형제와 사이가 벌어졌다. 코크 형제는 기부를 중단하는 한편 진보 성향인 크레인 CEO의 사임을 압박했다. 금년 초 코크 형제가 경영권 획득을 위해 케이토연구소를 상대로 2건의 법정소송을 제기하자 갈등이 커졌다.

양측은 25일 크레인이 사임하고 12인 이사회를 설립하는 선에서 갈등을 봉합했다. 크레인 후임은 전직 은행 CEO가 맡고, 데이비드 코크와 그가 지명한 3명을 이사회에 포함한다는 합의는 코크 형제에게 크게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크 형제의 영향력이 커지면 케이토연구소의 연구 방향이 보수적으로 흘러 독립적 리버테리언 연구소라는 명성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뉴욕타임스는 “코크 측근 사이에서는 ‘케이토를 티파티 보수운동의 지적 무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각축을 벌이는 미국 싱크탱크 업계에서 케이토연구소는 리버테리언 사상에 뿌리를 둔 흔치 않은 연구소로 지난해 미국 싱크탱크 순위 8위에 올랐다. 리버테리언은 경제적으로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보수 우파에 가깝지만 사회적으로는 개인의 자유를 지향하는 진보 좌파에 가까운 혼합적 성격을 띠고 있다. 세금, 건강보험, 재정 이슈에서는 정부 규제를 비판하는 보수적 입장을 보이는 한편 낙태, 동성결혼, 마약 합법화 등에서는 개인의 선택권을 중시하는 진보적 성향을 보인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자유방임주의#케이토연구소#코크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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