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까지 학살… 시리아 ‘샤비하’ 공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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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사드 문신 새긴 샤비하 대원 근육질 팔뚝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얼굴 모양의 문신을 새긴 샤비하 대원. 사진 출처 텔레그래프
알아사드 문신 새긴 샤비하 대원 근육질 팔뚝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얼굴 모양의 문신을 새긴 샤비하 대원. 사진 출처 텔레그래프
시리아에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학살이 갈수록 잔혹해지고 확산되면서 학살의 행동대로 나선 친정부 민병대 ‘샤비하’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민간인을 상대로 AK-47소총을 난사하고 날이 넓은 칼인 마체테를 휘둘러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샤비하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보호를 위해 육성된 친위 민병대 조직으로 약 6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어린이 49명을 포함해 민간인 108명이 학살당한 ‘훌라 대학살’ 직후 생존자들이 학살을 자행한 사람들이 정부군이 아니라 군복에 하얀 운동화를 신은 민병대 샤비하라고 전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시사주간 타임에 따르면 샤비하는 시리아 내 소수 종교분파이자 알아사드 가족이 속해 있는 알라위파 젊은이들로 구성돼 있다. 알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 집권 시기인 1970년대 말부터 1980년 초 서부 라타키아 지방에서 마약, 디젤차량, 전자기기 등의 밀수업을 통해 성장한 조직으로 상인들에게 보호세 명목으로 돈을 강탈하는 등 지역 마피아로 악명을 떨쳤다.

샤비하라는 이름은 유령이라는 뜻의 아라비아어 ‘샤바’에서 유래했다. 고급 외제차가 드물던 당시 시리아에서 ‘샤바’라는 별칭으로 불린 독일 고급 승용차 ‘메르세데스벤츠 600’을 몰고 다녔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슬람 수니파가 다수인 시리아에서 소수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는 전체 인구의 12%에 불과하다. 이들은 서부 산악지대에서 가난하게 살며 수니파에게 멸시와 학대를 받아왔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 후 시리아를 점령한 프랑스가 수니파의 반란을 막기 위해 알라위파를 군에 대거 기용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당시 군 요직에 진출한 하페즈 전 대통령도 이를 기반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이후 알아사드 정권은 다수 수니파를 통제하기 위해 샤비하를 정권의 비호세력으로 키웠다. 미국 오클라호마대의 시리아 전문가 조슈아 랜디스 씨는 “이들은 가장 보잘것없는 존재로 천대받다가 알아사드의 대리인이 돼 지금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며 “어느 누구도 대들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영국 텔레그래프가 입수한 샤비하 사진을 보면 이들은 대부분 근육질의 건장한 남성들이다. 라타키아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모사브 아자위 씨는 “그들은 마치 괴물 같다. 대부분 거대한 근육과 턱수염을 가졌으며 키가 크고 위협적이다. 이들은 근육을 키우기 위해 스테로이드 약품을 복용하기도 한다”고 했다. 검은 티셔츠와 군복바지 차림인 이들 중에는 알아사드 대통령의 얼굴을 문신으로 새겨 충성을 보이는 남자들도 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시리아 민간인 학살#샤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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