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훌라 학살’… 어린이 32명 희생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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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알아사드 예멘식 제거’ 의견 접근

미국과 러시아가 15개월째 계속되는 시리아 유혈사태를 종식하기 위해 ‘예멘식 모델’이라는 새로운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 보도했다.

예멘식 모델은 ‘독재자의 신변 안전 보장과 망명 신청 수용→평화적 권력 이양→정국 안정화’ 순으로 이어진다. 34년간 독재를 휘두른 알리 압둘라 살레 전 예멘 대통령(70)은 올 1월 장기집권에 마침표를 찍고 미국으로 향했다. 권력은 당시 부통령이었던 최측근 인사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대통령(67)에게 이양됐다. 살레의 출국 전날에는 예멘 의회가 그의 재임 기간 통치행위에 대해 광범위한 면책을 인정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미국과 러시아가 이 모델에 최종 합의할 경우 부자세습을 통해 42년째 시리아를 철권통치 해온 바샤르 알아사드 체제가 무너지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푸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다음 달에 열릴 미-러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18일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참석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예멘식 모델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달 초 직접 푸틴에게 제안한 바 있다.

알아사드 정권의 최대 후원자인 러시아도 이미 오래전부터 자체적으로 예멘식 모델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양국의 합의 가능성이 기대된다.

하지만 합의 도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NYT는 “러시아 지도자들은 시리아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이 없어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기간에 걸쳐 시리아에 무기 판매와 경제 지원을 해온 러시아는 그동안 시리아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하고 알아사드 정권 퇴진을 강력히 반대해 왔다.

예멘 모델이 시리아와는 딱 들어맞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살레가 퇴진할 때는 부통령 하디가 권력을 넘겨받으면서 정국이 안정됐지만, 시리아의 경우 알아사드가 물러나면 그를 대체할 인사가 없다. 또 알아사드는 러시아가 망명 압력을 넣더라도 최후까지 버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 정권 때 수만 명의 인명을 앗아간 하마 학살을 비롯해 너무 많은 대량학살을 자행했기 때문에 단죄가 두려워서라도 권력에 끝까지 집착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25일 시리아 홈스 주 훌라에서는 정부군과 알라위파로 구성된 친정부 민병대원들의 무차별 공격으로 10세 이하 어린이 32명을 포함해 최소 92명이 숨졌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에 처참한 어린이들의 시신이 공개되면서 국제적인 분노가 커지고 있다. 가디언은 주민들 말을 인용해 “칼을 무자비하게 휘두르거나 거리 위, 건물 할 것 없이 18시간 동안 주택 밀집지역을 가차 없이 포격해 어린이들과 여성들이 많이 죽었다”고 전했다. 집중적으로 총을 맞아 숨진 어린이도 있고 온 가족이 몰살된 경우도 있다. 시리아 국영언론은 이번 공격이 무장 테러단체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시리아#훌라#예멘식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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