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실업에 ‘反사르코지’ 결속… 佛좌파 17년만의 환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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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佛대선 올랑드 당선

‘올랑드의 시대가 온다.’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가 치러진 6일 파리는 하루 종일 흐린 날씨에 비도 간간이 내렸다. 그러나 아침부터 곳곳의 투표소에서 길게 줄을 서는 모습이 목격됐고 투표율은 지난달 22일 1차 투표 때보다 높아져 8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됐다.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튈 시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파리에서 부인 카를라 브루니 여사와 함께 한 표를 행사했다.

투표 전 발표된 4일 각종 여론조사에서 올랑드 사회당 후보는 53.5% 대 46.5%(여론조사기관 TNS Sofres), 53% 대 47%(CSA, Harris), 52.5% 대 47.5%(Ipsos, BVA), 52% 대 48%(Ifop)로 모두 4∼7%포인트 차로 사르코지를 앞섰다. 르몽드, 리베라시옹 등 유력지들도 “5%포인트 이상 격차가 선거 직전까지 지속됐기 때문에 올랑드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올랑드 후보는 주요 부처 조각 작업까지 이미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선은 한마디로 ‘사르코지 대 반(反)사르코지’의 싸움이었다. 올랑드는 사회당의 대표주자로 꼽히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성폭행 재판으로 추락한 뒤 카리스마와 국정경험이 없어 ‘어부지리’로 대타가 된 경우다. 그런데도 지난해 10월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한 번도 결선투표 여론조사에서 사르코지에게 뒤진 적이 없다. 그만큼 국민의 사르코지에 대한 반감과 우파의 장기 집권에 대한 피로감이 컸다는 분석.

여기에 유럽 재정위기도 사르코지에겐 악재였다. 긴축정책의 여파로 경기가 후퇴하고 사상 최고의 실업률을 기록하는 등 경제 상황이 나빠졌기 때문. 이에 비해 라이벌 독일은 유례없는 경제 호황을 누리자 프랑스 국민들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졌다. 일자리가 없는 청년층은 극우당 국민전선(FN)을 지지했고, 연금이 줄어든 중산층은 “사르코지만 아니면 된다”고 외쳤다. 올랑드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최근 5년간 프랑스는 가진 자만을 위한 나라였다. 끝없이 분열되고 희망이 없는 날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사르코지로서는 억울한 점도 많다. 프랑스병(病)의 원인으로 불리던 연금 개혁을 국민적 반발을 무릅쓰고 해냈으며 유럽에서 가장 적게 일하고 연금을 가장 먼저 받기 시작하는 시스템에도 메스를 댔다.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 축출을 주도하며 아랍의 봄에 힘을 실어줬다. 3월 툴루즈에서 반이슬람주의자의 충격적인 연쇄살인 테러가 발생했을 때에는 강력한 치안과 반이민 대책을 내놔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집권 기간 내내 끊이지 않았던 오만과 독선, 경솔한 언사에서 비롯된 ‘사르코포비아’(사르코지 공포강박증)는 이런 성과들을 모두 날려버렸다.

이번 대선에서 올랑드가 속한 사회당은 똘똘 뭉쳤다. 사석에서는 인사도 안하는 것으로 알려진 전 동거녀 세골렌 루아얄 전 대선후보까지 공개적인 지원유세에 나섰다. 국정 경험과 카리스마에서 모두 올랑드를 앞섰지만 사회당 경선에서 패해 관전자로만 머물 것이라던 마르틴 오브리 당 대표도 예상을 깨고 올랑드를 위해 전국을 누볐다. 1차 투표에서 3위에 오른 FN의 마린 르펜 후보가 반사르코지 투표를 종용하고 중도파 프랑수아 바이루 후보가 올랑드 지지를 선언한 점도 주효했다.

한편 여론조사에서 4%까지 격차가 줄자 사르코지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 모두를 놀라게 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르코지 진영은 막판에 리비아 카다피 전 정권의 2007년 대선자금 수뢰 의혹 등이 터졌음에도 격차가 오히려 줄어든 것을 강조하면서 “기적이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프랑스 새 대통령은 승리가 공식 확정되면 11일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18일부터 미국에서 연이어 열리기 때문이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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