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지 기자 ‘미얀마의 봄’ 4信]“굳이 외국 나가지 않아도 미얀마서 부자 될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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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지 기자
강은지 기자
“휴대전화 가격을 인하하라!”

10일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 도심에서 한 남성이 정부의 세금 때문에 휴대전화 가격이 최고 10배 이상 비싸다며 깜짝 시위를 벌였다. 휴대전화 가격은 한때 50만 차트(약 69만 원)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25만 차트를 오르내린다. 미얀마 공무원 평균 월급은 3만3000차트에 불과하다. 그런데 최근 한 기업이 “정부가 세금만 인하하면 5만 차트 이하로도 내릴 수 있다”고 정부에 제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고가 휴대전화의 주범을 세금으로 보고 있다. 미얀마 국민 중 약 4%만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

15년째 통역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우코린 씨(55)는 “휴대전화 수요는 많지만 판매업체가 두세 곳에 불과한 독과점 체제인 것도 휴대전화가 비싼 이유”라며 “서방의 제재로 외국 기업이 들어와 투자하지 못하는 것도 독과점 체제가 유지되는 한 이유”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고립경제 체제를 유지해온 미얀마에서 2010년 3월 민간 정부가 출범하고 개혁 개방 분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경제 발전과 개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15일 노르웨이와 호주는 테인 세인 대통령 등 정부 관리 262명의 입국 금지와 금융거래 금지를 끝내는 제재 해제 방안을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도 곧 경제 제재를 완화할 방침이다.

한국인 사업가 한모 씨(67)는 “치안도 양호하고 인건비도 싸 투자 여건이 좋다. 공장을 옮길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10여 년간 중국에서 가전제품 공장을 운영해 온 한 씨는 “기술인력이 부족하지만 정부의 투자 유치 의지가 뚜렷해 사업 환경이 중국보다 낫다”고 말했다.

미얀마 정부는 3월 △외국인 명의 회사 설립 허용 △5년간 법인세 면제 △30년간 국가 토지를 저렴한 가격에 임대 등 투자 유치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초 양곤 시가 발표한 ‘재개발 30년 계획’에는 이미 일본 싱가포르 태국 등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미얀마에 대한 외국 기업의 투자 열기는 양곤 시에 있는 양곤대 다곤대 등의 외국어 학과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에서도 느낄 수 있다. 임금이 높은 외국 기업 취업 기회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다곤대생 에아멧 씨(19·영어과)는 “예전에는 해외에 나가야 돈도 벌고 성공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미얀마로 오는 외국 기업에 취직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얀마 경제의 미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한편에서는 정부가 앞으로 얼마만큼 민주화 이행 약속을 지킬지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외국인투자가들의 우려도 들린다. ―양곤에서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미얀마#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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