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덜한 佛도 ‘워킹 푸어’ 시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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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늘고 복지 축소자동차-텐트 거주자 급증

프랑스 파리 시내의 한 카르푸 매장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21세 여성 멜리사 도스 산토스 씨는 매일 일이 끝나면 파리에서 북쪽으로 48km가량 떨어진 캠핑장의 작은 트레일러로 간다. 이곳은 남자친구와 동거하는 집이다. 캠핑장에는 산토스 씨처럼 초소형 트레일러에 살고 있는 직장인이 수십 명에 달한다.

유럽 재정위기가 계속되면서 그리스나 스페인은 물론 비교적 상황이 나았던 프랑스 독일 등에서도 ‘워킹 푸어’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워킹 푸어’는 직장은 있어도 임금이 너무 낮아 치솟는 집세와 물가를 감당하지 못하거나 비정규직으로 수입이 불안정해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로 2,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복지체계가 잘 갖춰진 유럽 국가들은 ‘자유방임’ 국가인 미국에 비해 워킹 푸어 계층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자부심을 가졌으나, 재정난으로 인해 유럽 각국에서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유럽연합(EU)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도 17개 유로 사용국의 근로자 가운데 8.2%가 최저 빈곤선(1년 수입 1만3500달러) 이하의 처지에 놓여 있다. 그나마 형편이 나은 프랑스도 전체 근로자의 절반이 연봉 2만5000달러(약 2800만 원) 이하를 받고 있다.

유럽 근로자들은 정부 복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에 재정위기로 정부 재정 지출이 줄어들면서 더욱 큰 타격을 입게 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비정규직 확산도 큰 요인이다. 유럽의 정치인들은 통계상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비정규직 일자리라도 늘리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지난해 EU 내에서 생긴 새 일자리 중 50%는 비정규직이었다.

정규직 가운데도 ‘워킹 푸어’가 늘고 있다. 파리 시내 한 중소기업의 인사 담당자인 브루노 두보스크 씨(55)는 오르는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3년 전부터 파리 동쪽의 한 주차장에 세워 놓은 레저용 차량에서 생활하고 있다. 파리정치대학 경제학과 장 폴 피투시 교수는 “워킹 푸어들은 날씨가 추워도 난방을 못 하고 아이들 옷이 해어져도 사주지 못해 삶의 조건이 마치 19세기와 비슷하다”고 개탄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워킹푸어#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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