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더이상 부자로 가는 지름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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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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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줄고 정리해고 잦고” 美 인재들, IT로 발길 돌려… 탐욕논란도 구인난에 한몫

미국의 엘리트들이 가장 선호하는 선망의 직장으로 꼽히던 월가의 금융회사들이 최근 인재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구촌을 뒤흔든 월가 점령 시위와 각종 부패스캔들이 겹치면서 ‘최고의 직장’이라는 이미지가 퇴색한 탓이다. 14일 터져 나온 골드만삭스 퇴직임원의 공개비난이 보여주듯 고액연봉의 환상 뒤에 도사린 월가의 곪은 내부에 환멸을 느낀 젊은 엘리트들은 정보기술(IT) 업계 등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15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버드대 출신 취업자 가운데 투자은행 등 월가 금융회사에 입사한 비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엔 28%였지만 지난해에는 17%로 급감했다. 지난해 예일대를 졸업한 극작가 코리 핀레이 씨(23)는 “4학년 때 헤지펀드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냈다. 고액연봉과 명망을 따지면 매력적인 자리였지만 고민 끝에 월가에 대한 환상을 접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권 보수가 크게 줄고 정리해고가 잦아지면서 월가를 억대 연봉의 지름길로 여기던 학생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골드만삭스의 평균 연봉은 36만7000달러(약 4억1400만 원)로 전년도보다 10% 이상 줄었고 특히 임원 400명의 급여는 무려 절반 이상 삭감됐다. 모건스탠리도 일부 직원의 임금이 30∼40% 깎였다.

대학 캠퍼스에서 불고 있는 월가 점령시위 열풍도 영향을 미쳤다고 NYT는 분석했다. 텍사스대 경영학과 2학년 벤 프루덴 씨는 “경영학과를 졸업하더라도 금융권에 관심 없다. 거머리처럼 다른 산업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 월가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스티븐 캐플런 시카고대 경영대학원(MBA) 교수는 ”금융권의 인기는 2007년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이라며 “학생들이 최근 금융 분야가 아닌 IT 쪽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졸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취업선호도 조사에서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이 1∼3위를 휩쓴 반면 금융권에서 가장 순위가 높은 JP모건은 전체 41위에 그쳤다.

한편 골드만삭스의 도덕성 논란이 월가 전체로 불똥이 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15일 골드만삭스 본사를 찾아가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과 면담했다. 골드만삭스의 비도덕성을 폭로한 퇴직임원의 NYT 기고 글로 월가에 대한 비난여론이 커지자 이를 수습하기 위한 만남이었다. 스투 로저 뉴욕시 대변인은 “블룸버그 시장은 골드만삭스가 뉴욕 경제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회사를 방문했다”며 “공정치 못한 공격은 뉴욕시민 전체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다”고 밝혔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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