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탈북자-이어도에 다른 대응 눈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3일 10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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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에 '로키 대응'…이어도에 '원칙·단호'

이어도 발언 배경엔 `탈북자 국면 전환' 노림수

최근 한·중 사이의 민감한 두 문제에 대한중국의 대응이 확연하게 달라 보인다.

탈북자 문제에 대해 전형적인 '저강도(Low-key)' 대응이라면 이어도 문제에 대해서는 관할권을 내세우며 정색하고 나선 데서 그런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 당국은 탈북자 문제와 관련해선 수세적이고 난처한 표정으로 일관하면서 필요에 따라 반응하는 양상이다. 그러지만 이어도 문제에는 원칙적이고 단호한 기색을 비추면서 철저하게 계산된 대응을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탈북자 문제는 중국으로선 '난제'일 수밖에 없다. 특수관계인 북한을 의식해야 하고 인권 문제여서 자칫 잘못 처리하면 국제사회로부터 따가운 비난을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인권 취약국으로 분류되는 중국에 탈북자 문제가 겹치면서 곤혹스런 표정이 비친다.

중국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건 탈북자 문제의 국제 이슈화다. 한국 정부와 언론의 탈북자 북송 중단 요구에는 그런대로 맞설 수 있지만 이번에 미국 의회가 탈북자 문제를 빌미로 중국 정부의 인권 의식 부재를 문제로 삼고 유엔 인권이사회가 가세하자 중국이 힘들어하는 기색이다.

중국은 일단 대내적으로는 '보도통제', 대외적으로는 저강도 대응으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연일 한국에서 탈북자 북송 반대 시위가 들끓고 한국 국회의원들이 제네바 유엔인권이사회를 방문해 중국에 항의하지만, 중국 언론 매체는 이를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일종의 '무시 전략'이다.

국제사회에는 탈북자가 난민이 아닌 경제적 이유로 중국에 들어온 불법 월경자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중국은 그동안 국내법과 국제법,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불법 월경 조선인 문제를 처리해왔다고 정당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제 여론 자극을 우려한 탓인지 '공세'를 취하지는 않는 점이 두드러진다.

마르주끼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현지시간으로 12일 제네바에서 탈북자 강제송환을 우려한다고 중국을 직접 겨냥한 데 대해서도 현장에서 중국 대표단은 그와 관련해 '불만'을 표시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이와는 달리 이어도 문제에 대해선 중국의 입장이 거침없어 보인다.

류웨이민 외교부 대변인이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이어도가 아닌) 쑤옌자오라고 부른다"며 "해당 해역은 중국과 한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중첩지역인 만큼 귀속 문제는 쌍방이 담판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정리해 말했다.

통상 한중 간에 마찰을 일으키는 사안에 대해서는 중국의 신문·방송 매체는 물론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데 비해 이어도 논란이 크게 보도되지 않은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류츠구이 중국 국가해양국장의 '도발적인' 이어도 관할권 발언에 대해 한국 정부가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까지 불러 따져 물었지만 이런 내용은 중국 매체에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중국 정부가 이어도 대응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사실 중국 정부가 1990년대부터 이어도에 대한 관할권을 간헐적으로 주장해왔다는 점에 비춰보면 류츠구이 국장의 관할권 발언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발언 시점과 수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류츠구이 국장은 지난 3일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어도가 중국 관할 해역에 있으며 감시선과 항공기를 통한 정기순찰 범위에 포함돼 있다고 언급했다.

이전과 달리 이어도를 정기순찰 범위라고 규정해 한국을 자극한 점이 눈에 띈다.

해당 발언이 나온 시기는 탈북자 문제를 미국 의회가 본격적으로 다루겠다는 의지를 비치고 유엔 인권이사회까지 이 문제가 번지려는 때다.

이런 정황 탓에 일각에서는 류츠구이 국장의 발언은 중국의 국면전환 카드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류 국장의 발언은 이어도 논란을 영토문제로 인식하는 한국민의 정서를 겨냥해 한중 마찰의 포인트를 탈북자에서 이어도 문제로 옮기려는 의도된 도발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사실 이어도 다툼은 중국으로선 잃을 게 없는 게임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어도가 지리적으로 한국 쪽에 가까워서 앞으로 EEZ 협상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중국이 이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분쟁화할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당국은 갈수록 이어도에 대한 대응수위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이어도 문제는 현재 한국 내에서 논란을 빚는 제주 해군기지와 연계된 안보 사안으로 휘발성이 크다는 점을 잘 아는 중국으로선 류츠구이 국장의 발언을 통해 한국민의 관심을 탈북자에서 이어도로 옮기는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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