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문화재’ 소더비서 2년째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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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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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크메르제국 용사상… 캄 “도굴품” 경매중지 요청
불법반출 소유권 논란 재연

발과 받침대가 손상된 크메르제국의 용사상(왼쪽). 조각의 발과 받침대는 캄보디아 코케르 사원에 그대로 남아 있다.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발과 받침대가 손상된 크메르제국의 용사상(왼쪽). 조각의 발과 받침대는 캄보디아 코케르 사원에 그대로 남아 있다.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크메르제국 예술의 정수를 하나 고르라면 바로 이것.”

국제적 경매업체인 미국 뉴욕 소더비의 안내책자에 있는, 머리에 장식을 한 용사상 소개 글이다. 그러나 예상 낙찰가가 200만∼300만 달러(22억∼33억 원)에 이르는 이 조각상은 작년 3월 이후 경매 목록에서 빠져 있다. 캄보디아 정부가 “그 조각은 도굴된 것이므로 경매를 중지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2월 29일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조각상은 크메르제국 시절인 10세기 작품으로 추정된다. 높이가 1.5m, 무게는 113kg. 캄보디아 정부는 조각상이 1970년대 크메르루주에 의해 대량학살이 일어나던 시기나 베트남전쟁 때 도굴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소더비 측은 조각의 발이 파손됐지만 불법이라는 증거도 없다는 입장이다.

유럽 여성인 소유주가 1975년 영국 런던의 ‘스핑크앤드선’이라는 회사에서 구입했다는 것. 스핑크앤드선이 조각품을 어디서 구입했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법적으로 소유권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

캄보디아는 1993년에야 문화재를 국유화하는 법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그전에 반출된 문화재의 소유권을 주장하기는 어렵다.

일부 캄보디아 고고학자들이 ‘문화재는 국가의 소유’라는 1925년 제정된 프랑스 식민지 시절 법까지 들고 나섰지만 법적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다만 미국 박물관들이 최근 법률보다 엄격한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출처가 불분명한 유물은 구입하지 말자는 움직임이 있다고 소개했다.

약탈 문화재가 경매에 나올 때마다 소유권을 둘러싸고 국제적 논란이 일고 있다. 약탈당한 국가의 개인이나 기업이 경매에 참여해 되사들이기도 한다.

한국도 1994년 우학문화재단이 소더비 경매에서 고려불화 수월관음도를 구입했고 2009년엔 중국인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청나라 유물 쥐와 토끼머리 지신상을 낙찰받기도 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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