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 “산을 만나면 길을 뚫고 물을 만나면 다리 놓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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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訪美 시진핑 말말말

평소 친근한 화법을 구사하기로 유명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의 화법이 미국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시 부주석은 이번 방미 행사에서 복잡한 사안을 몇 개의 구절로 간결하게 정리하고 있다. 중국 속담과 유행가 가사까지 활용하고, 중국의 전 최고 지도자나 서방 철학자의 말도 자주 인용한다.

시 부주석은 13일 저녁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 미국의 전 정계 인사들을 만나 중-미의 미래 관계 구상을 4개 구절로 설명했다. 즉 △중-미 간 과거 공동성명 등 역사에 근거하고(鏡鑒歷史)△높은 곳에 올라 멀리 바라보면서(登高望遠)△서로 존중 및 신뢰하고(互尊互信) △다 같이 이익을 얻는(互利共영) 관계가 되자고 말한 것.

또 워싱턴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을 만나서는 “당신들은 아침 8시, 9시의 태양과 같다”고 다독였다. 사회 진출을 앞둔 유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나라를 환히 비추는 태양이 되어 달라는 의미다. 이는 옛날 마오쩌둥(毛澤東)이 즐겨 쓰던 말이다.

이튿날 조지프 바이든 미국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오찬을 할 때는 중국 속담을 활용했다. 세계 최대 개발도상국(중국)과 세계 최대 선진국(미국)으로서 새로운 협력관계를 맺는 것은 참고할 전례가 없는 창조적인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일을 처리하고(摸着石頭過河) 산을 만나면 길을 뚫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자(逢山開路 遇水搭橋)”라고 했다. ‘逢山開路 遇水搭橋’는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의 발언으로 지난해 11월 김진표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관철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사용하는 등 정치인들이 자주 인용하는 말이다.

시 부주석은 또 1980년대 중국 TV 드라마 ‘서유기’의 주제가로 유행했던 대중가요 ‘길이 어디 있는지 감히 물어본다면(敢問路在何方)’의 한 구절을 인용해 “길이 어디 있냐고 감히 물어본다면 발아래 있소”라고 말했다. 중-미가 상호이익이 되는 동반자 관계가 될 수 있는 지혜와 능력, 방법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자리에서 인권 문제가 거론됐을 때도 시 부주석은 “인권 문제에 최선은 없다. 좀 더 나은 것이 있을 뿐”이라고 점잖게(?) 대응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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