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자원 잡자” 총성없는 中-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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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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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2억달러 阿연합 청사 기증 등 지원 늘려가
러시아는 현지 중국 견제심리 이용 틈새 공략

자원의 보고인 아프리카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자원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통 큰 지원’에 나서고 있으며 러시아는 중국의 공격적인 진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반중 정서를 이용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자칭린(賈慶林) 중국 정치협상회의 주석은 28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제18차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에 참석해 앞으로 3년간 9500만 달러(약 1064억 원)를 AU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가 열린 AU 청사는 중국이 2억 달러(약 2248억 원)를 들여 지은 높이 99.9m의 건물로 이번 정상회의 하루 전 기증식이 열렸다. 자 주석은 기증식에서 “중국은 우리의 친구 아프리카가 필요로 하는 돈과 노동력이 있고, 경제성장을 위해 아프리카의 자원을 필요로 한다”며 “중국의 아프리카 지원은 윈윈”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외교부장의 매년 첫 해외 순방지로 22년째 아프리카를 선택하는 등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값싸게 자원을 사들이고 중국산 제품을 판매하는 ‘신(新)식민주의’ 전략을 구사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반중 정서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에티오피아, 잠비아 등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아프리카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많은 중국인 근로자들이 유입되면서 아프리카인들의 실업난을 가중시킨다는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28일 수단 남부의 한 중국 기업 도로공사 현장에서는 반정부군인 ‘수단 인민해방군’이 습격해 29명의 중국인 근로자가 억류됐다. 습격 동기는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중국 기업의 진출이 확대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러시아가 소련 해체 이후 소홀했던 아프리카에 다시 적극적으로 진출하려고 하는 것은 이 같은 반중국의 틈새를 파고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17일 아디스아바바에서 제1회 ‘러시아 아프리카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해 아프리카 진출을 선언했다. 이날 포럼에는 아프리카 국가와 러시아의 사업가 및 정부 관계자 250명이 참석해 자원 개발과 철도 및 도로 건설 지원을 위한 기술 제공에 대해 논의했다.

포럼을 주관한 미하일 마르겔로프 러시아 대통령 특사는 “러시아가 1990년대에 포기했던 아프리카의 이권들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의 것이 됐다”며 “이제는 주력 기업들과 은행들이 아프리카로 돌아가 비즈니스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중국이 이미 아프리카 각국의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진출한 것을 겨냥해 아프리카 국가들에 “투자 파트너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면서 중국과의 관계에서 불만을 품은 국가나 기업을 유치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 제국주의 열강에 저항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원조를 해준 바 있다며 과거의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아프리카에서 식민의 역사를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해 중국이 ‘신식민주의’ 논란을 빚고 있는 것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러시아의 아프리카 외교는 중국이 러시아의 영향권에 있었던 중앙아시아에 대한 접근을 강화하는 데 따른 반작용의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자원 확보를 위해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등 러시아 주변국과의 관계를 강화하자 러시아는 아프리카 공략 수위를 높이며 맞불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정윤식 기자 jys@donga.com   
베이징=고기정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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