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대표 ‘다보스포럼’ - 시민사회 대표 ‘WSF’ 각각 개막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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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같은 자본주의 시스템 더는 작동 못해”
다보스포럼 창립 슈바프 회장 “이젠 인재주의에 초점 맞출 때”
칼라일그룹 루벤스타인 회장 “3, 4년내에 서구 경제 모델 개선 안하면 자본주의 종말”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둘러싸고 팽팽하게 맞서온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과 세계사회포럼(WSF)이 올해는 ‘자본주의의 위기’라는 같은 주제를 논하며 동시에 막이 올랐다. 시장경제를 이끌어가는 ‘글로벌 엘리트’와 좌파 시민·사회운동 세력을 각각 대표하는 양대 포럼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계를 드러낸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아 나선 것이다.

올해로 42회째를 맞은 다보스포럼은 25일 ‘대전환-새로운 모델 만들기’를 주제로 스위스 동부의 스키 휴양지 다보스에서 개막했다. 40여 개국 정상을 비롯해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 지도자 2600여 명이 29일까지 자본주의의 문제점과 새 모델 찾기, 유럽 재정위기 해법, 세계화의 한계 등 최근 불거진 경제 이슈를 논의한다.

특히 경제 전망을 중심으로 첫날 프로그램이 진행됐던 예전과는 달리 올해는 첫 세션부터 ‘20세기 자본주의는 21세기 사회에서 실패하고 있는가’를 주제로 서구 자본주의 모델을 놓고 열띤 찬반토론이 벌어졌다. 미국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의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회장은 “서구 경제모델을 3, 4년 내에 개선하지 않으면 우리는 게임에서 질 것이며 오랫동안 최선이라 여겨왔던 자본주의는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프랑스의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알카텔루슨트의 벤 페르바옌 최고경영자(CEO)는 “지금 다보스에선 자본주의의 침울함을 말하고 있지만 우리가 브라질에 있었다면 상당히 다른 전망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신흥시장을 통해 자본주의는 부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침체의 그늘이 깊어지면서 40년간 서구 자본주의의 상징이었던 다보스포럼이 중국을 필두로 한 국가 자본주의 모델을 인정하고 있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다보스포럼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시스템은 더는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자본주의 대신 ‘인재주의(talentism)’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죄를 지었다”는 말로 자본주의의 포용성 부족에 아쉬움을 나타낸 그는 “이번 포럼은 세계 정·재계의 윤리와 도덕적 잣대를 재설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자본주의가 낳은 빈부격차 주제는 이제 반자본주의자들의 선동적인 집회 구호가 아니다”며 “이 주제는 다보스포럼의 주요 이슈가 됐다”고 전했다.

다보스포럼의 대안 모임을 자처하는 WSF는 24일 브라질 남부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자본주의의 위기-사회·경제적 정의’를 주제로 개막했다. 29일까지 열리는 이번 포럼에는 900여 개의 각종 행사에 4만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포럼은 미국과 유럽 주요 도시에서 벌어진 ‘점령 시위’의 여파로 반자본주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개막 첫날부터 사회운동가 1만5000여 명은 “우리는 99%를 대변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가두행진을 벌였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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