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대결장 된 한반도]<상>신냉전의 파고 높아지는 동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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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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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동북아는 미군의 최전선”… 정면으로 맞선 中 “유소작위”

中 해상패권의 전진기지, 항모 바랴크 중국의 첫 항공모함 바랴크가 랴오닝 성 다롄 항에 정박해 있는 모습이 동아일보 카메라에 잡혔다. 초대형 크레인들이 바랴크에 실린 물건들을 옮기고 있다. 바랴크는 중국인의 자긍심이 됐다. 다롄에서 만난 한 택시운전사는 “예전의 중국이 아니다. 이젠 미국과 붙어도 이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롄=변영욱 기자 cut@donga.com
中 해상패권의 전진기지, 항모 바랴크 중국의 첫 항공모함 바랴크가 랴오닝 성 다롄 항에 정박해 있는 모습이 동아일보 카메라에 잡혔다. 초대형 크레인들이 바랴크에 실린 물건들을 옮기고 있다. 바랴크는 중국인의 자긍심이 됐다. 다롄에서 만난 한 택시운전사는 “예전의 중국이 아니다. 이젠 미국과 붙어도 이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롄=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탈냉전 이후 세계 유일 슈퍼파워로 군림했던 미국이 급격하게 힘이 빠지면서 ‘세계의 리더’ 자리를 잃고 있다. 중국 유럽연합(EU) 등 다른 강대국도 각종 글로벌 문제에 대한 책임과 부담을 지지 않으려 한다. 이른바 ‘G제로 시대’ 또는 ‘무극(無極)의 세계’다.

이런 글로벌 차원의 ‘리더십 실종’ 사태와 달리 동북아시아 지역은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전장이 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 복귀’를 외치고 있고, 굴기하는 중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 두 나라 모두 권력교체기를 맞아 갈등은 더욱 거세질 개연성이 높다.

○ 미국 “아시아에 올인”

지난해 11월 아시아 순방길에 나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행보는 중국을 놀라게 했다. 그는 호주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안보정책의 최우선에 두겠다”고 선언했다. 아태지역에 대한 재개입(re-engagement)을 분명히 한 ‘오바마 독트린’이다.

이달 5일 오바마 대통령은 국방예산 삭감에 따른 육군 병력 감축 방침을 밝히면서도 “아태지역에서의 미군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새 국방전략보고서는 “중국이 패권국으로 떠오르면 미국의 이익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중국을 직접 겨냥했다. 조너선 그리너트 해군참모총장도 10일 “서태평양은 미 해군의 최전선”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을 봐도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이 ‘중국 견제’라는 점은 뚜렷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말 호주 다윈에 미 해병대 2500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또 중국과 난사(南沙) 군도 등을 놓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 베트남과 각각 해상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인도네시아에는 F-16 전투기 24대를 판매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아시아로 돌아왔을까. 탈냉전 이후 아시아에서 미국과 경쟁할 국가는 없었다. 하지만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전쟁에 발이 묶인 반면 중국은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을 이어가며 주요 2개국(G2)의 반열에 올랐다. 미국의 패권은 위협받게 됐다.

최강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중국이 아시아에서 미국의 지위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며 “특히 올해 대선을 앞두고 중국의 부상과 대중국 무역역조 때문에 중국에 대한 미국인의 반감이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중국 “더는 피하지만 않겠다”

중국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의 기본 군사전략은 ‘접근차단·지역거부’였다. 중국 연근해, 특히 대만에서 분쟁이 벌어지면 미사일, 잠수함 등을 동원해 미군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저지한다는 방어 위주의 개념이다.

하지만 이제 항공모함을 주축으로 하는 제4함대(태평양함대)를 창설해 작전 범위를 원해까지로 넓히고, 스텔스전폭기 젠-20 등을 이용해 과감히 미국에 맞서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의 태도가 ‘도광양회(韜光養晦·재주를 감추고 실력을 기른다)’에서 ‘유소작위(有所作爲·할 일이 있으면 피하지 않는다)’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군사 요충지인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 미얀마의 시트웨 항 건설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 해군을 주둔시키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1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남중국해 문제에 외부 세력이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중국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후 북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도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확산을 막기 위한 방편 중 하나다.

하지만 아직은 중국이 미국에 정면으로 맞서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40% 수준이고, 군사력도 최소 20년 이상 뒤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태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이 군사력으로 맞대결하기보다는 사이버전 능력 등을 키워 미국을 견제하면서 경제·문화적인 ‘소프트파워’ 확산에 주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 러는 南進… 日은 美에 밀착 ▼


미국과 중국이라는 G2의 그늘에 가려 있지만 러시아와 일본은 동북아시아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강대국이다. 두 국가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최근 들어 군사 외교 경제적으로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남진(南進) 정책을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리고 있다. 우선 러시아는 2011∼2014년 국방비를 예년에 비해 80% 가까이 증액했다. 러시아가 동시베리아 및 극동 지역 개발을 촉진하며 남∼북∼러 가스관 건설사업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3월 대선에서 반서방 성향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대통령이 되면 러시아는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도 조용히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일본의 기본전략은 미국과의 ‘군사 일체화’를 통해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위상을 높인다는 것이다. 일본은 지난해 말 35년간 유지해온 ‘무기수출 3원칙’을 완화해 우방국과 첨단무기를 공동 개발 및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또 군용 인공위성 개발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장달중 서울대 교수는 “중국의 부상, 북한의 불안정 때문에 미국 등 국제사회는 아태 지역에서 일본이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도록 압력을 넣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일본이 점차 보수 우경화로 갈 잠재적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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