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의 자긍심 ‘예외주의’ 무너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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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보다 문화적 우위” 설문에 49%만 동의… 46%는 “아니다”

“미국은 이제 세계를 이끄는 ‘우월 국가’가 아니다.”

미국이 오랫동안 자긍심처럼 여겨왔던 ‘예외주의’를 미국인조차 믿지 않게 됐다고 뉴욕타임스가 18일 보도했다. 예외주의란 19세기 프랑스 사상가 알렉시 드 토크빌이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저서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언젠가 세계의 운명을 떠안을 ‘예외적 위치’에 있다”고 설파한 데서 유래됐다. 이후 미국이 ‘세계를 이끄는 국가’의 위치에 있음을 나타내는 용어로 통용돼 왔다.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설문조사 결과 ‘미국은 완벽하진 않지만 타국보다 문화적 우위에 있다’란 논제에 응답자의 49%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46%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문화적 우월감을 묻는 이 질문에 대한 미국인들의 동의율은 이 여론조사가 처음 실시된 2002년 약 60%에서 2007년 55%로 낮아졌고, 올해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문화적 우월주의에 대한 반감은 젊은 세대에서 더 두드러졌다. ‘미국 최고’에 찬성한 응답자는 50대 이상에서는 여전히 약 60%였지만, 18세 이상∼30세 이하에선 37%였다. 젊은층만 놓고 보면 “우리 문화가 최고다”고 응답한 비율이 독일(45%)이나 스페인(44%)보다 낮다.

뉴욕타임스는 “예외주의에 대한 회의론은 줄곧 징후를 보여 왔다”고 전했다. 지난달 시사주간 타임의 설문에선 약 71%가 ‘지난 몇 년간 미국의 지위는 갈수록 격하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달 초 NBC뉴스 조사에서도 ‘미국이 더는 세계를 이끄는 국가가 아닌 시대에 들어섰다’는 문항에 대다수가 찬성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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